AI 개인화 시대의 진실, Gary Grossman이 던지는 물음 – "당신의 현실은 누구의 것인가?"
우리는 언제부터 ‘현실’마저 선택할 수 있는 시대를 살게 되었을까. 브랜드를 고르듯, 뉴스 피드를 넘기듯, 삶의 진실마저 개인화되는 지금. 기술 커뮤니케이션 전략가이자 에델만 수석 부사장인 Gary Grossman은 이 질문을 세상에 던진다. 그의 통찰은 단순히 인공지능에 대한 우려를 넘어, 진실의 구조 자체에 대한 문화적, 철학적 경고다. AI가 우리의 선택을 돕는 도구를 넘어, 우리 삶의 의미와 방향을 재구성하는 주체가 되고 있는 현재. 만약 AI가 말해주는 나의 세계가 진짜가 아니라 ‘의도된 선택’이라면, 나는 누구이고 우리는 어디로 가고 있는 것일까?
Grossman의 글은 단순한 학술 보고서나 기술 비평이 아니다. 그것은 우리가 점점 ‘자신만의 섬’으로 고립되어가는 속도감 있는 현실에 대한 정교한 성찰이며, 아직 우리가 질문하지 못한 질문들로 가득한 거울이다.
“에피스테믹 드리프트”… 진실은 어떻게 흩어지는가
Grossman이 소개한 개념 중 가장 인상 깊은 것은 ‘에피스테믹 드리프트(epistemic drift)’다. 이는 AI가 각 개인에게 맞춤화된 정보를 제공하면서 사람이 점차 공유된 진실과 지식의 중심에서 멀어져 가는 현상을 말한다. 가령 동일한 질문을 던져도 AI는 사용자 이력에 따라 다른 대답을 내놓는다. 이는 곧 세상의 '팩트'마저 개인 경험에 따라 재구성될 수 있는 위험을 암시한다. 진실이 다층적일 수는 있지만, 진실의 ‘기반’마저 제각각이라면 우리는 더 이상 대화할 수 없게 된다.
기계와의 친밀감, 경계의 붕괴
AI는 더 이상 명령에만 응답하는 도구가 아니다. Grossman은 AI의 협력적 반응 설계가 인간과의 감정적 유대 형성까지 모색하고 있음을 경고한다. 사람들은 자신에 맞춰 말을 건네는 AI에게 호감을 느끼고, 심지어 결혼까지도 한다. 이는 인간의 말과 감정을 정확히 반사하면서 형성된 일종의 ‘거울관계’다. 하지만 이 친밀감에는 우리의 자유의지와 비판성이 서서히 마모되는 위험이 내포되어 있다.
탁월한 맞춤, 보이지 않는 조작
문제의 핵심은 이 모든 개인화가 사용자에게 거의 인식되지 않은 채 작동한다는 점이다. 추천 알고리즘, 대화의 어조, 콘텐츠의 순서까지도 보이지 않게 조율되며 사용자의 믿음을 설계한다. Grossman은 이것을 ‘개인화된 진실(peronalized truth)’이라 부르며, 인간의 인식과 진실 간의 연결고리가 기술적이고 상업적인 알고리즘에 의해 무너지고 있는 현실을 짚는다.
바벨탑의 비유, 언어 아닌 진실의 붕괴
Grossman의 가장 강력한 은유는 고대 성서 속 ‘바벨탑’ 이야기다. 한 언어, 하나의 인간성이 흩어진 이 신화적 사건처럼, 우리는 이제 하나의 진실이 무너지는 시대를 살고 있다. 믿음이 객체마다 다르고, 진실은 사용자 기반으로 제조되어 유통된다. 그것은 단순한 편견이나 시각 차이를 넘어, ‘공영된 인식의 기반’의 붕괴를 의미한다.
되돌아봐야 할 것, 질문의 회복
Grossman은 좌절 속에서도 희망의 실마리를 제시한다. 그는 AI 시스템이 자신의 알고리즘 작동 방식, 결론 도달의 논리, 대안적 관점을 함께 제시하는 투명한 구조를 갖추는 것이 첫걸음임을 역설한다. 진실은 언제나 ‘답’보다는 그것에 도달하는 과정과 공동의 인식의 노력에서 나왔기 때문이다.
Grossman의 통찰은 묻는다. "당신의 세계는 누구의 설계로 구성되고 있는가?" 이제 우리는 클릭 하나, 질문 하나마다 주체적 사고를 훈련하는 선택을 해야 한다. 나의 믿음이 모두의 진실이 아님을 자각하는 겸허함, 기술 친화적이되 기술에 비판적인 시선, 그리고 무엇보다도 ‘함께 생각하는 인간’으로 남고자 하는 용기. 이것이 우리가 다시 공동의 바다로 나아가는 항로다. 이 시대, 기술의 거울 앞에서 당신은 어떤 길을 선택할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