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음악 페스티벌’ – 탈일상과 연결의 회복을 위한 집단적 광장 체험의 재정의]
전 세계적인 팬데믹 이후 멈췄던 대규모 공연들이 부활하면서 음악 페스티벌은 다시금 시민들의 일상 속 ‘축제의 욕망’을 대변하는 무대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특히 2023년과 2024년에 들어서며 서울, 부산, 강릉 등지에서 열린 다채로운 페스티벌들이 인산인해를 이루었다는 뉴스는 단순한 엔터테인먼트의 회복을 넘어선 문화적 신호로 읽힌다. 그렇다면 우리는 지금 무엇을 욕망하는가? 그리고 이 거대한 집단적 음악 경험은 우리 사회에 어떤 문화적, 사회적 메시지를 전하고 있는가?
⟪일탈의 공간, 일상 회복의 상징⟫
팬데믹은 음악 페스티벌을 철저히 침묵시켰다. 무대는 비어 있었고, 군중은 해산당했다. 그러나 코로나19 이후 다시 열린 야외 페스티벌은 일상에 대한 간절한 회복의 욕망과 일탈에 대한 필요를 교차시키는 장으로 작동한다. 특히 젊은 세대는 공연장의 물리적 밀착, 현장의 열기, 타인과 함께 공유하는 리듬을 통해 ‘감각적 소속감’을 재건하고 있다. 영국 사회학자 사이먼 프리스는 “음악적 공동체란 사운드 속에서 서로 소속을 느끼는 행위”라 했듯, 페스티벌은 단순한 콘텐츠 소비를 넘어서 공동체적 유대를 형성하는 일시적 광장의 기능을 수행한다.
⟪페스티벌 경제, 문화 산업의 신경망⟫
흥미롭게도 음악 페스티벌은 최근 몇 년 사이 단지 공연을 넘어서 하나의 복합문화 콘텐츠 플랫폼으로 진화하고 있다. 패션 브랜드, 식음료 기업, 디지털 콘텐츠 업체 등 다양한 산업군이 이곳에서 컬래버레이션을 시도하고, 체험형 마케팅과 브랜드 경험을 제공하는 장으로 삼는다. 이는 단순한 문화 소비를 넘어 브랜드가 문화 감수성을 통해 파트너십과 팬덤 경제를 구축하는 공간으로 확장되었음을 의미한다. 페스티벌은 이제 음악 이상의 것들 ― 브랜드 정체성, 환경 메시지, 사회적 가치 ― 가 구현되는 문화 산업의 생태계 중심이 되었다.
⟪다양성과 포용의 플랫폼으로서의 전환⟫
과거 페스티벌 라인업이 대부분 주류 대중음악 중심이었다면, 최근에는 힙합과 일렉트로닉, 인디 록, 월드뮤직 등 장르적 다양성과 국적, 젠더, 배경을 초월한 아티스트의 참여가 눈에 띈다. 이는 단일한 미학이 아닌 다원적 문화 스펙트럼을 허용하는 플랫폼으로서 페스티벌의 진화를 의미한다. 예술사회학자 마르셀 마우스는 축제를 ‘사회적 정체성의 재확인’이라 정의했듯, 이젠 음악을 통해 세대, 젠더, 문화적 경계를 가로지르는 대화의 장이 된 것이다.
⟪기후위기와 휴머니즘의 경계에서⟫
한편, 수만 명이 모이는 대규모 행사에 대한 환경적 비판도 제기된다. 일회용품 배출, 장거리 이동, 과도한 에너지 소비는 기존의 환경 감수성과 상충된다. 이에 일부 페스티벌은 종이 팔찌 도입, 지역 기반 셔틀버스 운행, 탄소중립 캠페인 등 지속 가능성에 대한 새로운 실험을 시도하고 있다. 이는 단지 환경을 위한 대응이 아닌, ‘어떻게 축제할 것인가’에 대한 새로운 윤리적 질문에 대한 문화적 실천으로 읽힐 수 있다. 단순한 향유를 넘어, 지속 가능한 윤리적 즐김의 모델이 요구되는 시점이다.
⟪함께 소리 지를 공간은 여전히 필요한가⟫
무대와 관객 사이, 스피커와 앱 사이, 개인의 감정과 사회적 실천 사이에서 음악 페스티벌은 도취와 각성의 통로가 된다. 우리가 여전히 이토록 집단적으로 열광할 수 있다는 사실 자체가 놀랍고도 중요한 문화적 진술이다. 음악은 비정형적인 방식으로 사회와 연결되며, 페스티벌은 그 연결의 물리적 증거이자 축적된 공동의 에너지를 방출시키는 통로다.
지금 이 시점에서 물어야 할 것은 단순히 '페스티벌이 다시 열렸다'가 아니라, 왜 우리는 여전히 함께 소리 지르기를 갈망하는가이다. 그리고 이 질문은 우리 시대의 외로움, 분열, 불안, 그리고 연결에 대한 갈망까지 비추는 거울이 된다.
오늘날 음악 페스티벌은 단순한 음악 소비를 떠나 사회적 의미를 담는 문화 플랫폼으로 확장되었다. 독자들은 향후 열릴 현장에 발을 들여 진짜 그 울림을 체험해보거나, 현대 페스티벌 문화에 대한 연구서를 읽고 더 깊은 이해를 시도해보거나, SNS와 커뮤니티에서 자신이 경험한 음악적 소속감에 대해 나누는 것으로부터 현대 문화를 감각하고, 반응하는 주체적 관객으로 나아갈 수 있다. 페스티벌은 끝났지만, 새로운 시작은 지금부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