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en the Flames Went Out 예술로 본 재난 이후의 재건과 기억

When the Flames Went Out 예술로 본 재난 이후의 재건과 기억

재난 이후, 예술적 재건의 의미를 묻다 – ‘When the Flames Went Out’가 그려낸 공동체 상실의 미학

미국 캘리포니아의 작은 마을 알타데나(Altadena)는 2025년의 에이튼 화재(Eaton Fire)로 인해 한순간에 잿더미가 되었다. "When the Flames Went Out"는 이 재난 이후의 존재론적 공백을 정면으로 마주한 안토니 딘 트랜(Anthony Dinh Tran)의 에세이로, 단순한 회고를 넘어 ‘재건’이라는 행위에 내포된 문화적 함의를 날카롭게 분해한다. 그는 로스앤젤레스 리뷰 오브 북스(Los Angeles Review of Books)를 통해 집과 지역 공동체, 기억과 생존 사이의 복잡한 관계를 탐색하고 있다.

이 글은 단지 타버린 집을 어떻게 복원할 것인가에 대한 실용적 고민이 아니다. 오히려 트랜은 “집이란 무엇인가?”, “공동체와 정체성은 어떤 물리적, 정서적 토대 위에 형성되는가?” 같은 근원적 질문을 던진다. 촉각적 기억, 불균형한 보상체계, 그리고 재난 이후의 인종 불평등까지—이 에세이는 우리 시대의 재난 이후 문화와 예술의 역할에 대해 근본적인 통찰을 제공한다.

❶ 재난 이후의 삶, 잔향으로 구축된 자화상
에세이의 시작은 타버린 부지에 다시 선 저자의 고백에서 비롯된다. 그는 **재건이라는 행위가 '이전으로 돌아가기'가 아닌 '돌아갈 수 없음을 인정하는 여정'**임을 강조한다. “불타지 않은 것은 무엇인가?”라는 질문은 결국 “나는 누구였고, 지금 무엇을 기억하며 사는가?”로 이어진다. 작가는 일상의 오브제들—주방의 그릇, 옷장 속 셔츠, 주차장의 자전거—에서 정체성의 단서를 찾는다. 이는 미셸 드 세르토(Michel de Certeau)가 언급한 “삶에 대한 미시적 기록”과 맞닿아 있다. 사라졌지만 기억 속에 남아있는 것이 오히려 개인사의 핵심이 된다.

❷ 불균형한 파괴, 인종적 지형 위의 재난
재난은 평등하지 않았다. 트랜은 에이튼 화재에서 흑인 가정들이 유독 더 큰 피해를 입었다는 사실에 주목한다. 이 점에서 환경 정의(environmental justice)의 담론이 자연재해 이후 더욱 중요해진다. 재건을 위한 보험 청구와 보상, 기반 시설 복구 등 모든 절차는 시스템적 차별성을 드러낸다. 미국 도시학자 마이크 데이비스(Mike Davis)의 지적처럼, 자연재해는 사회 구조의 해묵은 균열을 가시화하는 무대에 불과하다.

❸ 기억의 예술화, 공공과 개인의 교차점
특히 인상 깊은 대목은 트랜이 친구의 집에서 익숙한 물건을 만지고 “나도 이걸 가지고 있었지”라고 중얼거리는 순간이다. 그는 스마트폰 메모장에 조각난 기억들을 기록하며 감정 대신 목록화한다. 이는 초기 개념미술이나 아카이브 기반 예술에서 보였던, 단순화된 형식 속 내밀한 감정의 구조를 떠올리게 한다. 무엇을 기록하고, 무엇을 체화하는가는 결국 '개인사와 문화사의 경계'를 성찰하게 만든다.

❹ 건축이 아닌 ‘귀환’에 대한 미학
'재건'이라는 단어는 일반적으로 콘크리트와 목재, 도면과 승인을 떠올리게 한다. 하지만 트랜은 삶의 재건은 공동체성과 관계망의 회복으로부터 시작된다고 말한다. 이는 리사 로우(Lisa Lowe)가 말하는 ‘집의 감수성(home as affect)’과도 상통한다. 타일, 벽난로, 오렌지 나무의 잔해를 구하려는 지역 자원봉사자들의 노력도 단순한 문화재 보존을 넘어 ‘되찾기 힘든 것의 음영’을 지켜내려는 문화적 저항이 된다.

❺ 문화적 기억과 예술의 역할
이 글은 한 개인의 슬픔을 넘어 공공적 기억 형성의 예술적 모형을 제시한다. “기억의 정치”라는 표현처럼, 예술이란 단순히 상실을 위로하는 데에 그쳐서는 안 된다. 오히려 예술은 상실 그 자체를 드러냄으로써 구조와 권력, 감정이 교차하는 공간을 만들어낸다. 화재 이전의 ‘정상성’으로의 회귀가 아니라, 그 ‘상실 이후의 장기적 관찰’이 바로 이 글이 말하고자 하는 미학이다.

이 현상은 우리 시대의 어떤 얼굴을 비추고 있을까? 기후 위기와 도시 재개발, 그리고 기억의 비묘한 작동 방식을 복합적으로 보여주는 이 텍스트는, 단순한 재난 기록이 아니라 동시대를 위한 문화적 깃발이다.

오늘 읽은 이 에세이를 계기로 각자의 '기억의 목록'을 만들어 보는 것은 어떨까? 혹은 지역사회의 상실과 재건을 다룬 전시나 다큐멘터리를 찾아보며, 구조적 불균형과 감정적 연대가 교차하는 지점을 사유해 보기를 권한다. 문화 소비자는 곧 문화 생산자이기도 하다는 점을 잊지 말자. 예술은 때때로, 우리가 무엇을 '잃어버렸는지' 대신 우리가 무엇을 '기억하고 싶은지'를 묻는 질문이다.

#휴먼피봇

MEDIABOOSTPIVOT

HUMANPIVOT  |  DESIGNPIVOT  |  ANYSPORTS
소상공인, 중소기업 디지털 토탈 솔루션 파트너
휴먼피봇 | 대표자: 이흥연
주소: 서울특별시 서초구 강남대로 545-12 진령빌딩 502호
Tel : 070-4820-7913 내선3번 | E-Mail : plan@humanpivot.com
사업자등록번호 : 220-88-89719 | 통신사업자번호 : 서울강남 00618호

copyright ⓒ 2026 humanpivot Co., Ltd. All rights reserved.
logo7-1.png

주식회사 애드엔소프트
서울특별시 구로구 구일로 10길 27, A동 618호(구로동, SK허브수)
Tel : 02-877-7232  Fax : 0504-417-7232 Email : admin@adnsoft.co.kr
대표이사 : 강만규 정보관리책임자 : 강만규 사업자번호 : 233-81-12430

ADNSOFT  |  FUNYPUNK  |  AIMEDIACON

Copyright ⓒ 2025 aimediacon All rights reserved.

×
×

Car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