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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감으로 그린 정치의 예술

공감으로 그린 정치의 예술

뉴질랜드 총리의 리더십이 남긴 교훈 – 재신다 아던, 비극을 희망으로 바꾼 정치적 예술

정치도 하나의 예술이라면, 재신다 아던 전 뉴질랜드 총리는 그 무대 위에서 고요하면서도 단호한 목소리로 관객의 심장을 울리는 연기를 펼쳤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그녀가 2019년 크라이스트처치에서 발생한 총기난사 사건의 여파를 딛고 보여준 총기 규제 개혁은, 단지 법률의 수정이 아닌 ‘국가 공동체의 상처를 어루만지는 서사적 장면’으로 기억됩니다.

이 글에서는 세계를 놀라게 한 그녀의 리더십을 통해 우리가 사유할 수 있는 예술적 미덕과 정치가 지닌 문화적 의미를 되짚어보고자 합니다. 오늘날 민주주의 사회에서 현실적인 정책도 결국은 우리 사회를 어떤 가치로 표현할 것인가에 대한 ‘집합적 창작’임을, 그녀의 선택은 묵직이 증명합니다.

공감의 정치: ‘우리 모두의 슬픔’을 말하다

크라이스트처치에서 무슬림을 겨냥한 총기 테러 사건은 나라 전체를 충격에 빠뜨렸습니다. 아던은 단지 정치 수반으로서가 아니라 '애도하는 공동체의 일원'으로서 피해자 가족을 끌어안았습니다. “그들은 우리입니다”라는 그녀의 말은 뉴질랜드뿐 아니라 세계인의 기억에 각인되었지요. 이 말은 어느 시인의 짧고도 강력한 언어처럼, 다름과 타인을 품는 공동체의 윤리적 기반을 다시 세우는 행위였습니다. 미국 그리넬 칼리지의 정치철학자 알렉산더 캐츠는 이를 두고 “감정을 동원한 리더십이 아니라, 감정을 공유하는 리더십”이라고 평가했습니다.

정치와 윤리의 시적 접점: 결단의 미학

사건 발생 6일 만에 발표된 총기 규제 계획은 세련된 상징적 선언이자, 그야말로 시처럼 응축된 정치적 결정이었습니다. 군용 반자동 소총과 고성능 탄약에 대한 금지를 포함한 개혁은, 자동화된 관료 시스템보다 앞선 ‘신속하고 집단적인 합의’를 이끌어냈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합니다. 이처럼 결정은 때로 민주주의에서 각을 세운 미적 선택이기도 합니다. 영국 ‘가디언’은 이를 두고 “뉴질랜드는 비극을 통해 자신이 어떤 공동체인지 정의했다”고 평했습니다.

정치라는 서사: 국가의 아이덴티티 쓰기

아던의 총기 규제 개혁은 단순한 정책 조정 이상이었습니다. 전 세계에서 총기에 관한 논쟁이 마비 상태인 가운데, 그녀는 뉴질랜드를 '공공 안전과 공감의 국가'라 명명하려는 이야기를 재구성했습니다. 이는 예술이 현실을 반영할 뿐 아니라 형성해나가듯, 정치 역시 공동체의 정체성을 정의해가는 대서사라는 점을 보여줍니다. 예술평론가 존 버거가 말한 “관점의 전복”처럼, 아던은 무력 앞에 무력감을 드러내던 기존 정치의 틀을 전복하고, 행동하는 윤리로서의 정치를 선보였던 셈입니다.

개인의 리더십을 넘어, 시스템을 감각화하다

무엇보다 중요한 건, 그녀가 이 모든 변화를 단독으로 완수하려 하지 않았다는 점입니다. 정당 간 협치와 공공 합의를 이끌어낸 데에 그녀의 진짜 힘이 있었습니다. 이는 예술 감상의 가장 중요한 원칙―상호작용―과 비슷합니다. 작품은 혼자 존재하지 않고, 언제나 관객과의 관계 속에서 의미를 맺고 풍요로워집니다. 아던의 리더십 역시 단일 퍼포먼스가 아닌, 시민들과 함께 한 집단적 창작의 자세라 평가할 수 있습니다.

이야기가 주는 후속 행동의 힘

재신다 아던의 사례는 우리에게 묻고 있습니다. ‘비극을 만났을 때, 그리고 그것이 우리 사회를 되묻게 할 때, 우리는 어떤 식으로 말하고 행동할 것인가?’ 이 글을 읽은 독자라면, 그 질문에서 도망치기보다, 스스로 답을 써 내려가는 창작자가 되길 추천합니다.

더 읽어보고 싶다면 아던의 리더십 변곡점을 조명한 인터뷰, 『Leading with Empathy』를 참고하거나, 평론가 마이클 월저의 『해석과 사회 비판』과 같이 정치적 도덕성과 예술의 경계 지점을 다룬 저서를 함께 읽는 것도 좋습니다. 또한, 우리의 도시와 커뮤니티 안에서도 공감하는 정치와 문화를 가능하게 하려면 어떤 제도적 예술이 필요한지, 지역 정책과 문화 콘텐츠에 관심을 갖는 실천도 바로 나의 '미적 시민권'을 확장하는 길이 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