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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과 아름다움의 경계에서

죽음과 아름다움의 경계에서

젊은 예술가의 죽음과 죽음의 아름다움 – 하마드 뷧의 실험예술이 드러내는 충격과 섬세함 사이의 미학

1990년대 'YBA(Young British Artists)' 운동은 대담함과 논쟁성으로 주목받았다. 데미안 허스트, 트레이시 에민, 사라 루카스 등 브리트아트의 아이콘들과 나란히 이름을 올릴 법했던 예술가 하마드 뷧(Hamad Butt)은 유감스럽게도 커다란 명성을 얻기 전에 1994년 에이즈 합병증으로 세상을 떠났다. 그러나 런던 화이트채플 갤러리에서 열린 회고전 『Apprehensions』는 그의 짧은 생애 동안 남긴 강렬하고도 치명적인 작업들을 포괄하며, 동시대 예술의 본질과 사회적 감수성에 대한 현시적인 질문을 우리 앞에 펼쳐놓는다.

이 전시를 통해 예술은 단순한 미적 대상이 아니라, 존재의 위험, 질병, 죽음, 욕망, 그리고 과학기술과 전쟁이라는 불온한 코드들을 매개하는 치열한 대화의 장이 될 수 있음이 다시금 증명된다. 하마드 뷧은 '죽음에 가까운 아름다움'을 포착함으로써, 오늘날에도 여전히 유효한 질문을 던진다: ‘당신은 예술을 통해 죽음을 응시할 준비가 되었는가?’


화학 무기와 미적 숭고의 충돌 – 『Familiars』 설치작품의 시적 공포

전시의 중심을 이루는 설치작품 『Familiars』는 유리 구슬, 독가스, 불빛, 철제 구조물들이 조합된 3부작으로, 사운드 없이 내장된 긴장감은 보는 이들에게 실존적 전율을 안긴다. 가장 두드러지는 것은 머스터드 가스를 밀봉한 아름다운 유리 구슬들이다. 마치 폭력의 원형을 박물관 화석처럼 봉인해둔 듯한 이 작품에서, 관객은 전쟁의 공포와 시각적 황홀감 사이에서 무기력한 감상자로 놓인다.

이는 에드먼드 버크가 언급한 숭고(sublime)의 정서, 즉 공포 속에서 감각하는 미적 쾌감의 극치에 가깝다. 작품에 가까이 다가가면 ‘이걸 깨뜨리면 죽을 수도 있다’는 현실적인 공포가 감상 경험을 지배한다. 단순한 시각 예술을 넘어선 이러한 설치는, 제1차 세계대전의 역사적 기억과 현대의 테크노포비아가 교차하는 지점에서 예술의 윤리와 감상자의 존재론을 재고하게 만든다.


예술 속 바이러스: 『Transmission』과 HIV 시대의 시각 언어

뷰의 또 다른 주요 작품인 『Transmission』은 자외선 형광등이 푸른빛을 뿜고, 유리 책 속에 식인 식물 트리피드의 이미지가 새겨진 구조물이다. 이 설치물은 보기에 매혹적이지만, 보호안경 없이 응시하면 시력을 손상받을 위험이 있다. 이는 단순한 경고를 넘어선 시각 언어이다. 그는 HIV에 대한 개인적 경험을 직접적으로 드러내기보다는, 빛이라는 물질과 매체를 통해 ‘전염’(transmission)의 은유와 시각적 위험성을 동시에 제시한다.

그의 영상 인터뷰에서는 이 작품이 반드시 HIV 감염에 대한 비유만은 아니라고 강조된다. 이는 예술이 다층적 해석을 수용해야 함을 역설하는 지점이며, ‘정치적 해석’에 예술 자체가 매몰되어선 안 된다는 우려를 반영한다. 다시 말해, 한 작가의 죽음이 그 예술을 곧바로 감염시켜선 안 된다는 것이다.


동시대성과 퀴어 정체성의 미술사적 위치 지정

하마드 뷧은 파키스탄계 이주민으로서, 또한 퀴어 예술가로서 다양한 정체성을 작품에 녹여냈다. 그러나 그의 작업이 YBA의 회화적 과잉과 감각주의를 넘어서 신체·질병·이방성의 정치적 지형을 탐색했다는 점에서 더욱 중요하다. 오늘날 이 회고전이 그를 ‘데미안 허스트가 되지 않은 YBA’로 새롭게 조명하는 것 자체가, 역사 서술의 정치성을 드러낸다. 전시가 그의 초기 회화(피카소적 미노타우르 이미지)를 함께 보여주는 것 또한, 그가 단순히 테크니컬한 설치 작가에 그치지 않았음을 입증하는 부분이다.

아트 비평가 할 포스터(Hal Foster)가 말했듯, 후기자본주의 사회에서 예술은 충격과 병증을 드러내는 방식으로 사회에 개입하는 매개체가 된다. 뷧의 작품은 이 정의에 충실하며, 미와 파멸이 공존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이는 오늘날 바이러스적 불안, 환경 재난, 전쟁 위기를 마주한 관객들에게 더욱 실감나는 감정이며, 예술이 주는 경고로서의 힘을 재확인하게 한다.


예술은 죽지 않는다, 예술가는 젊게 죽을지라도

하마드 뷧의 예술은 그 자신이 32세에 생을 마쳤음에도 불구하고 꺼지지 않았다. 오히려 그 조기 사망은 작품에 미학적·정치적 긴장을 더하며, 그를 ‘영원히 젊고 위험한 YBA’로 각인시킨다. 이는 동시에, 예술이라는 매체가 생명을 넘어선 서사적 지속성을 어떻게 획득하는지를 묻는 미학적 질문으로 귀결된다.


『Apprehensions』 전시와 하마드 뷧의 작업은 현대 예술이 사회적 위기, 질병, 이방성 같은 불편한 주제를 어떻게 다루고, 그 안에서 미학적 가치를 창조할 수 있는지를 보여준다. 감상 이후, 독자 여러분은 그의 예술을 다시 한 번 개인적으로 재구성해보기를 권한다. 가까운 미술관을 찾아 설치미술을 직접 경험해보거나, HIV와 예술에 대한 주요 비평 문헌(예: Douglas Crimp의 『AIDS: Cultural Analysis/Cultural Activism』)을 찾아 읽어보는 것도 유익하다. 나아가, 이런 설치미술이 우리 일상 속에서 불편한 진실을 어떻게 아름답게 포장하는지 주목해보는 것은, 단순한 감상의 차원을 넘어 더 능동적인 문화적 실천으로의 전환점이 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