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기의 도시에서 미래를 디자인하다 – 차세대 조향사들이 그리는 글로벌 퍼퓸 트렌드의 새로운 물결
향기 산업의 메카로 불리는 프랑스 그라스(Grasse)는 단순한 도시가 아니다. 전 세계 조향 산업의 심장부이자, 향기의 문화적・예술적 유산이 뿌리내린 상징적인 공간이다. 바로 그곳에서 최근 또 하나의 글로벌 트렌드 시그널이 포착됐다. 2025년을 준비하는 조향 전문가 양성 프로그램의 일환으로 진행된 ‘그라스 향수학교(GIP, Grasse Institute of Perfumery)’ 졸업작품 발표에서, 차세대 조향사들이 선보인 작품들이 세계 향수 산업에 신선한 자극을 주고 있다.
이번 프로젝트는 글로벌 향수 기업인 Parfex의 후원을 받아, 아시아와 유럽 등 10여 개 국가에서 모인 수강생들이 문화・감성・기술을 아우르는 향기 창작을 선보였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이들은 "그라스의 빛"이라는 주제로 작업하며, 향이 어떻게 시각적 요소나 지역 정체성과 융합될 수 있는지를 탐색했다.
1. 세대를 넘어 계승되는 향기의 문화 유산
그라스는 중세부터 시작된 조향 유산을 바탕으로 ‘세계 향수의 수도’로 군림하고 있으며, 이 전통은 UNESCO 무형문화유산으로도 지정돼 있다. 이번 GIP 졸업 클래스는 이러한 유산을 단순히 기술적으로 계승하는 것을 넘어, 현대적인 감각과 문화적 감성을 융합하며 조향을 예술의 경지로 끌어올리고 있다. 특히 수상작 ‘Ahir’는 도시를 상징하는 세 개의 탑에서 영감을 받아, 그라스의 역사성과 현대적 환상을 섬세한 향으로 구현했다. 이는 향수 하나가 단순한 뷰티 제품을 넘어 ‘문화적 아카이브’로 기능할 수 있음을 시사한다.
2. 글로벌 세대가 만드는 감성 연결망
흥미로운 점은 이번 학년에 참여한 조향사들이 스페인, 대만 등 다양한 국가 출신들이라는 점이다. 이들의 협업은 향수 산업이 단일 시장이 아닌 다국적 감성의 융합지대로 진화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세계 각지의 문화 코드가 향기라는 추상적 매개체를 통해 연결되고, 이는 글로벌 브랜드들이 지역 콘텐츠를 접목한 ‘로컬&글로벌 하이브리드 향수’를 기획하는 데 중요한 통찰을 제공한다.
3. 향기의 도시가 이끄는 '체험형 뷰티 여행' 트렌드
흥미롭게도 수상작은 그라스 관광안내소에 전시된다. 이는 향수가 또한 관광 콘텐츠가 될 수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다. 향기를 중심으로 지역성과 예술성을 결합한 ‘향기 여행’은 MZ세대가 추구하는 감성 체험 소비 니즈와도 정확히 맞닿아 있다. 최근 유럽과 일본 등지에서는 향수 브랜드와 관광이 결합된 뷰티 관광 프로젝트가 확산 중이며, 앞으로 국내 지역 도시들도 향수와 원료, 감성 콘텐츠를 결합한 지역 활성화 전략을 모색해볼 수 있다.
4. 퍼퓸 산업의 미래를 여는 인재 키워드: 감성·협업·지속가능성
Parfex는 이번 후원을 ‘사람 중심의 조향 문화 육성 프로젝트’로 평가했다. 이는 지금까지의 조향 산업이 브랜드 중심, 기술 중심으로 발전해온 것과는 결이 다르다. 앞으로의 향수 산업은 AI와 과학이 결합된 조향 기술뿐 아니라, 감성과 철학이 공존하는 ‘정신적 오감의 디자인’으로 진화할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뷰티 브랜드가 지속가능성과 감성 큐레이션에 주목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5. 미래의 향기를 만드는 새로운 교육 생태계
GIP 프로그램은 단순한 기술 교육을 넘어, 창작자의 감성을 자극하고 문화적 상상력을 구현하는 플랫폼으로 진화하고 있다. 이는 향수 산업이 ‘정답을 외우는 기술자’가 아닌, ‘감각을 해석하고 디자인하는 예술가’를 요구하고 있다는 증거다. 이러한 조향 교육 모델은 국내 뷰티 산업에도 시사점을 준다. 창의성과 협업 능력을 키우는 예술 중심 교육, 글로벌 인재 교류, 관광과 연계된 뷰티 클러스터 구축 등의 기회를 모색할 수 있다.
이번 GIP 프로젝트가 던지는 가장 핵심적인 질문은 이것이다. “우리는 어떤 향기를 통해, 어떤 감정을 환기시키며, 어떤 미래를 디자인하고 있는가?” 전통과 혁신, 감성과 기술이 교차하는 이 지점에서 퍼퓸 산업은 단지 ‘향기로운 산업’을 넘어, ‘정체성과 인간 내면을 표현하는 언어’로서의 위상을 갖춰가고 있다.
요약과 실천 가이드: 지금 당신의 비즈니스에 적용해야 할 인사이트
- 향수는 단순한 소비재가 아닌, 문화 체험 콘텐츠로 진화 중이다. 브랜드 기획 시 지역성과 감성을 함께 고려하자.
- 향기산업의 미래는 글로벌 협업과 감성 커뮤니케이션 능력에 달려있다. 인재 양성과 교육 방향에도 주목해야 한다.
- 체험 기반 소비에 익숙한 MZ세대와 Z세대를 겨냥한 향기 마케팅 전략을 구체적으로 설계할 시점이다.
- 향수 브랜드 혹은 관련 산업 종사자라면, 전통과 현대, 로컬과 글로벌을 동시에 이야기할 수 있는 ‘스토리텔링 향수’를 기획해보자.
향은 보이지 않지만, 가장 깊은 기억을 남긴다. 지금, 우리는 미래의 기억을 디자인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휴먼피봇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