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앙의 서사와 정신 건강 콘텐츠의 교차점 — 포스트세속 시대의 문화심리적 재서사 전략
최근 미디어 플랫폼 Thought Catalog에서 게시된 카린 하다단(Karin Hadadan)의 칼럼은, 하나님에 의해 ‘계획되었고 사랑받은 존재’로서의 인간 정체성을 탐구하며 종교적 내러티브를 심리적 치유의 문법으로 재구성한다. 성경 에페소서 1장 4절의 구절을 인용해 “거룩하고 흠 없는 존재”로 선택받았다는 메시지를 전하는 그녀의 글은, 단순한 신앙 고백을 넘어서 현대 사회에서 ‘치유’를 요구하는 집단의 문화적 욕망을 감지하며, 종교와 자기 계발 사이의 문화적 경계를 묘하게 흔든다.
이러한 텍스트는 ‘세속적 영성(secular spirituality)’ 또는 ‘웰빙 중심의 신앙 수용’이라는 트렌드 속에 현대인의 정체성 형성과 영적 욕망을 어떻게 매개하고 있는지에 대한 중요한 단서를 제공한다. 독자는 더 이상 제도 종교에만 의탁하지 않는다. 대신, 이들은 인스타그램 한 줄 글귀나 미학적으로 편집된 ‘신성한 감성 에세이’를 통해 스스로를 위로받고 ‘신에게 선택받은 자’라는 우주적 서사에 자신을 접속시키려 한다.
1. 디지털 신앙 담론: 영적 서사의 새로운 유통 구조
Karin Hadadan과 Thought Catalog가 만들어내는 서사는 종교 콘텐츠의 미디어적 전환을 상징한다. 비전통적 출신의 작가가 블로그형 에세이를 통해 성경 구절을 현대적 언어로 재해석하고, 이를 감성적으로 포장해 소셜미디어를 통해 무한히 순환시키는 구조는 디지털 시대의 ‘탈제도화된 은혜의 경험’을 가능케 한다. 이 현상은 미디어이론가 헨리 젠킨스(H. Jenkins)의 말처럼 팬덤과 신앙 간의 상호작용 구조와도 닮아 있으며, 사용자 주도의 신앙 콘텐츠 생산과 소비가 정체성 구축의 수단으로 기능하고 있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2. ‘죄’와 ‘회복’ 서사의 재부상
칼럼은 인간의 불완전함을 출발점으로 설정하고, 궁극적으로는 거룩함으로의 전환이라는 내적 여정을 강조한다. 이는 심리치료 담론에서도 빈번히 등장하는 ‘회복 내러티브(recovery narrative)’와 궤를 같이한다. 흥미로운 점은, 과거의 종교 담론이 강조했던 죄책과 속죄의 무게가 현재 디지털 신앙 콘텐츠에서는 개인의 정서적 성장 또는 자존감 회복의 언어로 치환되고 있다는 점이다. 이 같은 서사는 특히 불확실성과 불안이 가중된 코로나 팬데믹 이후 더욱 강력한 문화적 호응을 얻고 있다.
3. 자기계발과 신앙의 혼성 문법
Karin Hadadan의 글은 종교 에세이이자 동시에 자기계발서처럼 읽힌다. 그녀의 저서 『Beauty in the Stillness』를 비롯해 Thought Catalog의 상품 사이트에는 ‘Let Go', ‘The Pivot Year’ 같은 감성적 책 제목과 치유 메시지를 포함한 출판물들이 병렬 배치된다. 이 같은 상품 구조는 신앙적 충족감 또한 대상화된 문화 상품을 통해 유통 가능하며, 자기 브랜드화 전략의 일부가 될 수 있음을 시사한다.
이처럼 현대 종교문화 콘텐츠는 종교적 감동과 자기 효능감을 동시에 활성화시키고자 하는 사용자 중심의 소비자 심리를 적절히 포착하고 있으며, 이는 미국을 비롯한 다양한 소비문화 맥락에서도 관찰된다.
4. 포스트세속 사회에서의 예술적 서사 전략
오늘날 우리는 종교적 신념이 아니라 종교에서 차용된 ‘미학적 언어’와 ‘영적 감수성’을 경험적으로 소비하는 시대에 살고 있다. 종교학자 찰스 테일러(C. Taylor)의 지적대로, 세속화는 단순히 종교의 소멸이 아니라 신성한 것을 ‘다르게 다가가기’를 생산해냈다. 하다단의 텍스트는 그 증거다. 그녀의 목소리는 예술적이고 감각적이며, ‘신에 의해 선택받은 나’라는 주체적 환상을 정서적으로 확증해 준다.
5. 문화소비자로서 신과 나를 다시 읽기
이러한 콘텐츠는 질문을 던진다: “당신은 왜 이 서사에 감응하고 있는가?”, “정말 신앙을 통해 위안을 얻고 싶은가, 아니면 누군가로부터 사랑받고 있다는 감정적 보증이 필요한가?” 이 물음은 현대인이 신을 어떻게 소비하는가를 묻는 것이며, 동시에 예술과 문학, 콘텐츠의 언어를 통해 ‘신성’이라는 코드를 우리 일상에 어떻게 회로화하는가에 대한 통찰로 이어진다.
종교 콘텐츠는 더 이상 교회 강단에서만 생산되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유튜브 숏츠, 틱톡 영상, 감성 에세이 등으로 신앙의 감성 조각들이 가공되어 우리 개인의 서사와 부드럽게 접속되는 방식으로 소비된다. 그리고 이 새로운 형식은 개인의 정체성을 지탱하는 심리적 자원으로 기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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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읽고 감동한 종교 콘텐츠에 담긴 문화적 코드와 심리적 기재를 성찰해보자. 한 걸음 더 나아가, 유사한 메시지를 담은 비판적 신앙 예술 작품들—예컨대 바버라 크루거의 언어 회화나 피플리우스 콜렉티브의 종교적 비평 예술—을 찾아보며 ‘신성과 소비사회’라는 두 키워드가 어떻게 충돌하거나 공존하는지를 체험해보는 것도 좋다. 또는 종교와 정신 건강의 교차를 다룬 문화심리학 논문과 책(예: Tanya Luhrmann의 『When God Talks Back』)을 읽으며, ‘치유’라는 이름 아래 유통되는 신성의 과잉을 비판적으로 성찰해보는 데에서 사유의 깊이를 더할 수 있을 것이다.
문화 소비자는 단순한 감응자가 아니다. 나의 감정이 이끌리는 이유를 묻는 태도에서부터, 우리는 이미 능동적으로 영적 문화 환경을 설계하고 있는 셈이다.
#휴먼피봇