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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양 오염이 바꾸는 밥상의 미래

해양 오염이 바꾸는 밥상의 미래

해양 쓰레기는 농업의 적신호다 – 포항 구룡소에서 본 지속 가능한 먹거리의 미래 과제

우리가 매일 먹는 음식, 정말 안전할까요? 생선 한 점 속 미세플라스틱, 해조류에 축적된 중금속. 바다의 쓰레기가 식탁을 위협하고 있는 현실은 더 이상 먼 나라의 이야기가 아닙니다. 최근 환경재단이 주관한 ‘국제 연안정화의 날’ 포항 구룡소 정화활동은 단순한 쓰레기 줍기가 아닌, 농업과 먹거리 체계 전반에 경고를 보내는 환경 행동이었습니다. 시민과 프리다이버, 기업 봉사자가 손잡고 모은 쓰레기 3,100리터—이 중 70%가 낚시·어업 폐기물이었습니다. 이 숫자는 바다가 이미 우리의 무분별한 소비와 산업활동의 쓰레기장으로 전락했음을 보여줍니다.

지금은 이 연결고리를 정확히 파악하고, 농식품 시스템의 지속 가능성을 되짚을 때입니다. 해양 오염은 단순히 아름다운 풍경이 훼손되는 문제가 아니라, 토양과 수질, 더 나아가 우리 먹거리 체계를 삼키는 복합적 생태 위기입니다.

1. 해양 쓰레기, 먹거리 안전을 위협하다

환경부 자료에 따르면, 매년 한국 해양에 유입되는 해양 폐기물은 약 14만 톤을 웃돌며, 이 중 상당수가 농수산물 생산 활동과 연결되어 있습니다. 낚시찌, 폐그물, 담배꽁초, 플라스틱 병은 단순 쓰레기가 아니라, 유해물질 노출, 해양 생물의 생태계 교란, 수산물의 품질 저하로 이어집니다. 특히 미세플라스틱은 어패류와 엽채류에 축적된 채 우리 식탁에 오르고 있습니다. 국제연합식량농업기구(FAO)도 “해양 쓰레기의 장기적 식량 안전성 위협”을 경고한 바 있습니다.

2. 농어촌이 먼저 무너진다 – 지속 가능한 지역 순환이 해법

오염된 바다는 결국 연안에서 농어업을 영위하는 지역 공동체를 위협합니다. 구룡소처럼 지질학적 가치를 지닌 공간조차 관광·낚시 쓰레기 처리에 허덕이는데, 해양을 생활 기반으로 삼는 어민과 소규모 지역 농가는 말할 것도 없습니다. 이는 공급망 생태계 붕괴로 이어져 식량 가격 상승·품질 하락·수입 의존이라는 악순환을 낳습니다. 하지만 동시에, 지역 친환경 농식품 순환 체계 구축이 문제 해결의 핵심 열쇠가 되기도 합니다. 로컬푸드, 유기인증, 푸드마일 최소화를 실현한 ‘완도 친환경 해조류 인증제’, ‘통영 로컬푸드 직매장’ 등의 사례처럼 지역기반 생태 먹거리 체계는 더욱 확대되어야 합니다.

3. 시민 행동이 식량 주권의 시작점이다

이번 바다쓰담 캠페인은 지난 6년간 1만여 시민이 참여해 160톤의 해양 쓰레기를 수거한 성과를 누적해왔습니다. 그러나 이 수치는 전체 문제 규모에서 여전히 일부분일 뿐입니다. 진정한 식량 안보는 정책만이 아니라 시민의 변화에서 비롯됩니다. 소비자는 식품 포장재를 줄이고, 인증된 친환경 또는 로컬 농수산물을 선택함으로써 기후위기 속 생태 회복과 농업 전환을 촉진할 수 있습니다. 동시에 기업은 생산 유통 방식의 투명성과 친환경적 전환을 강화해야 하고, 정부는 지역 기반의 순환경제를 촉진하는 지원 정책을 확대해야 합니다.

4. 해양정화는 단지 환경 문제가 아니다 – 지속 가능한 농업과 식량 체계의 필수 조건

환경문제를 흙, 물, 공기, 바다로 분류할 필요 없이, 모두는 하나의 생태망에서 연결돼 있습니다. 해양 정화 활동은 단지 해변을 청소하는 일이 아니라 미래 세대의 건강한 밥상과 안전한 농업환경을 위한 ‘식량 주권 회복 운동’입니다. 구룡소 정화는 그 상징적 사례입니다. 단지 기업 CSR 또는 일회성 행사를 넘어서, 농업·어업·관광산업의 순환형 지속가능 모델이 어떻게 시민 역량과 지역 자원에서 출발할 수 있는가를 실증해 보이고 있습니다.

이제 우리는 물어야 합니다. 미래 세대에게 건강한 토양과 깨끗한 물, 맑은 바다를 물려줄 수 있을까요?

지금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분명합니다. 지역 농산물을 구매하고, 환경 표시가 있는 상품을 선택하며, 외식 시 다회용기를 사용하고, 바다쓰담 같은 환경 시민 캠페인에 참여하고 지지하는 것입니다. 더 나아가 ‘플라스틱 바다’, ‘씨스피라시’ 같은 환경 다큐멘터리를 감상하거나, <지속 가능한 식탁>과 같은 책을 탐독하는 것도 좋습니다. 매일의 선택이 지구와 인간의 생존을 지탱할 수 있습니다.

지속 가능한 농업 전환은 대규모 구조 개혁이기 이전에, 오늘 우리 밥상의 선택에서 시작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