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 영화 와 ‘페미니즘 펑크’의 귀환 – 디지털 시대, 반항하는 소녀들의 문화 정치학

1990년대 문화 지형을 지배했던 ‘걸 파워(Girl Power)’는 단순한 유행어가 아니라 새로운 정체성과 자율성의 선언이었다. 스파이스 걸스에서부터 라이엇 걸(Riot Grrrl) 운동까지, 주류의 남성 중심 서사를 거부하며 여성의 권리를 외치던 그 흐름은 일시적인 열풍으로 끝나지 않았다. 오늘날 넷플릭스의 영화 는 이 과거의 정신을 디지털 시대에 맞게 재해석하며 다시금 ‘목소리를 가지는 여성’의 존재를 앞세우고 있다. 이 글에서는 를 매개로, 현대 페미니즘의 영화적 재현과 그 사회문화적 함의를 분석하고자 한다.

라이엇 걸의 유산과 디지털 페미니즘의 만남

에이미 폴러 감독이 연출한 영화 는 젊은 여고생이 익명 펑크 페미니즘 팸플릿을 제작하며 교내의 성차별적 관행에 저항하는 과정을 그리고 있다. 작품은 엄마 세대에게서 라이엇 걸 문화의 기억을 유산처럼 물려받은 딸이 오늘날의 문제들을 스스로 해결하려는 시도를 통해 세대 간 페미니스트 정체성의 연속성과 변주를 보여준다. 이는 주디스 버틀러가 말한 ‘소외된 몸의 수행성(Peformativity of the excluded bodies)’에 부합하며, 기성의 권력이 보이지 않게 억압해온 구조적 차별을 가시화하는 예술적 실천이다. 특히 SNS의 확산과 디지털 플랫폼 안에서 재생산되는 페미니즘의 메시지는 90년대의 집단적 슬로건을 초개인화된 이미지 정치로 옮기며, 새로운 해방의 가능성을 연다.

페미니즘 미디어의 서사 전략: 익명성과 연대의 힘

에서 주인공이 선택한 익명의 ‘진실 폭로’라는 전략은 단순한 고발을 넘는다. 이는 익명성이라는 보호막 아래 권력에 도전하는 방식으로, 미셸 푸코가 말한 ‘담론의 생산권’을 탈취하고자 하는 시도이다. 영화 속 팸플릿은 낡은 복사기와 펑크 디자인을 통해 비순응적 정서를 상징하며, 제3물결 페미니즘의 개별적 경험 존중과 반문화적 실천 정신을 그대로 담고 있다. 동시에 단순히 문제 제기에 머무르지 않고, 연대를 통해 변화를 가능케 한다는 메시지를 던진다. 이는 다나 해러웨이의 ‘사이보그 페미니즘’이 강조하는 ‘경계 넘기’와의 공명처럼, 현실과 가상의 경계를 넘나드는 행동주의 형태의 예술적 환기가 된다.

영화예술로 구현된 여성 주체의 재정의

는 단지 여성들이 피해자임을 호소하는 드라마가 아니다. 오히려 스스로 문제를 정의하고 해결의 주체로 나서는 인물들을 통해 ‘문화 속의 능동적 여성상’을 구축한다. 이는 로라 멀비의 ‘남성적 응시’ 이론에 대한 전복적 해석이다. 여성은 더 이상 남성 서사의 보완물이 아니라 자신의 서사를 창조하는 창작주체로 재출현한다. 이 같은 여성 주체성의 영화적 구현은 최근 아카데미 수상을 비롯한 세계 영화제에서 여성 감독들의 존재감과도 궤를 같이한다. 영화라는 매체는 이제 기억되지 못한 수많은 여성들의 경험을 ‘문화적 서사’로 승화하는 장치로 기능하기 시작했다.

비판과 반성: 젠더 정치의 대중문화화에 대한 우려도 존재한다

물론 와 같은 작품의 확산을 무조건적인 진전으로만 볼 수는 없다. 일부 비평가들은 이러한 페미니즘 영화들이 대중적 소비 속에서 정치성의 희석을 겪고 있다고 지적한다. 특정 이슈를 마케팅 전략으로 활용하거나, ‘선한 메시지’를 강조하는 과정에서 페미니즘의 급진적 비판성과 저항성이 약화된다는 것이다. 미국 시카고 대학의 사회학자 에바 일루즈(Eva Illouz)는 "소비자 중심 감성 자본주의가 사회운동조차 상품화한다"고 비판하며, 페미니즘 역시 타겟 마케팅에 편입될 위험성을 경계한다. 의 출현은 therefore 진보라기보다 또 하나의 문화산물일 뿐이라는 견해는, 우리가 이 현상을 단순히 응원하지만은 않아야 함을 상기시킨다.

디지털 세대의 페미니즘, 어디로 가야 하는가?

오늘날의 청소년, 특히 Z세대 여성들은 온라인 공간 속에서 다층적 정체성과 실천적 행동주의를 동시에 수행한다. 는 그들의 투쟁이 결코 가상세계에만 국한되지 않으며, 실제 제도 변화와 사회적 각성의 단초가 될 수 있음을 시사한다. 중요한 것은 이러한 영화나 서사를 소비하는 방식이 수동적 감상에 머물지 않아야 한다는 점이다. 페미니스트 문화상품의 소비 이후에는 반드시 주체적인 해석, 맥락 속 자리매김, 그리고 행동으로의 연결이 따라야 한다.

페미니즘 서사의 영화화가 일상으로 스며드는 지금, 우리는 같은 작품을 단순한 드라마가 아닌 문화 참여의 실천 교과서로 삼을 수 있어야 한다. 스크린에서 마주한 분노와 정의감은 현실의 구조 속에서 어떻게 이어질 수 있을까요? 진짜 변화는 이어지는 질문과 행동에서 시작됩니다.

영화를 감상한 후에는 청소년 페미니즘 관련 도서나 학술 자료를 찾아보거나, 실제로 지역 내 학교 내 성평등 정책에 대해 조사하며 문제점을 탐색해 보세요. 또는 온라인 포럼과 커뮤니티에서 여러분의 해석을 공유하고 토론해보는 것 또한 중요한 참여입니다. 문화, 그리고 예술은 질문을 던지는 데서 시작해 변화로 이어집니다. 지금 그 질문을 시작해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