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소중립 실현, 농업이 열쇠다 – 지속가능한 먹거리 시스템을 위한 ‘성과 기반’ 환경정책 대전환]
우리가 매일 먹는 음식, 정말 안전할까요? 기후위기와 생태계 붕괴 속에서 우리의 밥상은 더는 예전과 같지 않습니다. 농업은 생명을 지탱하는 기반이지만 동시에 기후위기의 주범 중 하나인 온실가스를 대량 배출하는 산업이기도 합니다. 화학비료와 농약 과잉 사용, 밭에서 축사까지 이어지는 메탄 배출, 그리고 생물다양성 감소는 모두 우리가 선택한 농식 방식의 결과입니다. 이런 흐름을 바꾸기 위해서는 환경과 인간의 건강을 모두 고려한 지속 가능한 농업 시스템이 필요합니다. ‘성과 중심의 사회적 가치’ 정책이 환경 문제 해결의 실마리를 제공할 수 있다는 강력한 메시지를 전한 이례적 사례가 ‘2025 사회적가치페스타’에서 제기되었습니다.
탄소중립 위한 새로운 정책 모델, EPC
사회적가치연구원이 선보인 EPC(Environmental Protection Credit)는 기존의 규제나 벌금 중심 환경정책 틀과 다른 배경을 가집니다. 탄소를 줄이기 위한 기술이나 활동에 대해 미래의 탄소감축 효과를 ‘신용’ 혹은 ‘크레딧’으로 환산해 현재 자본을 투입하는 방식입니다. 이는 화석연료 감축 중심의 일방적 처벌과 배출권 거래제(ETS)를 넘어선 새로운 시스템으로, ▲미래 환경성과를 사전에 인센티브로 제공 ▲기후기술 개발을 촉진 ▲민간투자 참여 확대라는 점에서 주목받습니다.
농업 분야는 이러한 EPC 모델 적용이 특히 절실합니다. 예를 들어, 친환경 유기농법은 일반 농법보다 이산화탄소 저장능력이 높고, 화학비료 사용을 줄여 토양과 수질 오염을 개선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농민 입장에서 초기비용 부담이 크고 수익이 불확실해 지속하기 어렵습니다. EPC 구조는 이런 친환경 농업 전환에 따른 '미래 편익'을 현재의 재정 지원으로 연결시켜 지속가능한 농업 확산의 마중물이 될 수 있습니다.
성과 기반 보상 구조, SPC의 실험과 가능성
이와 연계된 구조로 소개된 ‘사회성과인센티브(SPC)’는 지난 10년간 SK와 사회적가치연구원이 실험해온 정책이며, 사회문제 해결에 기여한 만큼 성과를 정량화해 인센티브를 부여하는 제도입니다. 올해 사회적가치페스타에서는 시민들이 직접 참여 부스를 통해 SPC 구조를 체험하며 ‘가치를 창출하면 보상이 따라온다’는 경험을 제공받았습니다. 친환경 농산물 생산자 역시 이와 같은 성과 평가 체계를 통해 보상을 받는다면, 사회 전체가 지속가능성에 투자하는 방식으로 전환될 수 있습니다.
기후위기 대응에서 농업이 갖는 위상
세계식량기구(FAO)에 따르면 농업은 전 세계 온실가스 배출량의 약 24%를 차지하며, 특히 아시아 지역은 집중적인 농약 살포와 비료 과다 시비로 인해 토양 퇴화 속도가 가속화되고 있습니다. 국내에서도 농경지 3곳 중 1곳은 유기물 함량이 낮아 작물 재배 지속력이 떨어진다는 통계(KREI, 2023)는 우리 농업 생태계가 이미 한계에 다다랐음을 시사합니다. 이런 중차대한 시점에 EPC와 같은 인센티브 기반 새로운 정책 틀은 지속가능한 기술과 생태농법을 퍼뜨리는 강력한 수단이 될 수 있습니다.
글로벌 협력과 시민 참여로 확산되는 지속 가능한 가치
이번 행사에서 강조된 또 하나의 요소는 시민사회, 정부, 기업, 학계의 유기적 협력입니다. 중국의 사회적 가치 기업 포럼, 유럽의 친환경 금융사례 등 다양한 글로벌 이해관계자들이 참가한 세션은 이 논의가 단지 한국 내부의 모델이 아닌 국제적 연결 가능성을 지닌 모델임을 보여줍니다. 또한 시민 체험형 부스 운영을 통해 복잡한 정책 개념을 직관적으로 전달한 방식은, 환경정책의 이해와 수용도를 높이는 매우 효과적인 방식이라 평가받았습니다.
지속 가능한 농업을 위한 우리의 실천 가이드
지금부터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분명합니다. 첫째, 친환경·유기 농산물 소비 확대와 로컬푸드 직거래 장터 이용으로 지속가능한 생산의 축을 지지하십시오. 둘째, 지역별 EPC 및 SPC 정책이 도입될 경우 정책 지지와 참여를 통해 사회적 가치를 창출하는 농가를 돕는 시민이 되어야 합니다. 셋째, 관련 시민단체나 공공 캠페인에 후원 및 자원봉사로 함께 하십시오.
또한, 지속 가능한 미래를 고민한다면 다큐멘터리 ‘키싱 더 그라운드(Kiss the Ground)’나 서적 『모든 것은 토양에서 시작된다』와 같은 콘텐츠를 참고하여 농업과 환경이 어떻게 연결되어 있는지를 심화 학습할 것을 권합니다. 건강한 밥상은 건강한 토양에서 시작되며, 그 토양을 지키는 선택의 주체는 바로 우리가 되어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