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들이 진화해 남긴 것은 무엇인가 – 『큰 새, 작은 새, 무서운 새』로 읽는 생명의 전략집
지금껏 우리가 ‘새’라고 부르던 존재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었을까? 일상 속에서 흔히 접하지만, 정작 그들의 비행, 생김새, 서식지를 깊이 탐구해본 사람은 드물다. 이은북이 출간한 『큰 새, 작은 새, 무서운 새 – 새들의 엄청난 진화도감』은 단순한 조류도감을 넘어, 새라는 생명체가 어떻게 무수한 환경에 적응하며 진화해왔는지를 본격적으로 해부한다. 특히 유명 일러스트레이터 카와사키 사토시의 세밀한 그림은 생물학적 디테일을 감각적으로 풀어내어 독자의 감성을 자극한다.
이 책이 던지는 질문은 단순하다. “왜 모든 새가 날 수 없는가?” 하지만 그 답은 실로 복잡하고도 경이롭다. 공룡의 후손으로부터 시작된 이 생명체들의 진화적 여정은 오늘날 우리가 보고 듣는 '조류'를 훨씬 넘는 이야기다. 이 포스팅에서는 이 작품을 통해 주목해야 할 핵심적 감상 포인트와 문화적 의미들을 조망해본다.
1. 날개로 진화한 공룡 – 새의 기원에 숨은 역사성
『큰 새, 작은 새, 무서운 새』는 단순한 생태 도감이 아니다. 이 책은 ‘왜 새는 날게 되었는가?’라는 물음으로 시작해, 우리가 흔히 간과했던 공룡과 조류의 연결 고리를 알기 쉽게 풀어낸다. 공룡 시대에 등장한 조류는 처음부터 날지 못했다. 수천만 년에 걸쳐 날개와 깃털, 공기 주머니 같은 구조를 진화시켜 비로소 하늘을 날 수 있게 된 것이다.
특히 타조, 펭귄, 공작 등 날지 않는 혹은 특이하게 진화된 새들을 조망하며, 진화는 단순히 ‘더 나은 기능’이 아닌 ‘환경에 적합한 선택’이라는 사실을 강조한다. 이는 생물 진화에 대한 기존의 피상적 이해를 뒤흔드는 대목이다.
2. 형형색색의 진화 메커니즘 – 새들의 몸은 생존의 전략서다
이 책에서 다룬 107종의 새들은 단순히 크기나 서식지가 다른 것이 아니다. 각각의 종은 그 몸이 진화한 방향성이 다르다. 예컨대 황금새는 시각적 구애 전략의 대표이며, 참수리는 비거리와 시력 모두를 강화한 사냥꾼, 펭귄은 하늘을 버리고 물속에서 날게 된 절묘한 현실 적응형이라 할 수 있다.
이처럼 저자는 새들의 몸 구조, 깃털 패턴, 뼈 무게, 식성, 날개 형태에 이르기까지 꼼꼼히 분석하며, 생명체가 선택할 수 있는 진화적 경로의 가능성을 보여준다. 그들의 몸은 마치 자연이 쓴 전술 매뉴얼이자 환경의 거울과도 같다.
3. 세밀화로 만나는 생명의 풍경 – 예술과 과학의 경계에서
책장을 펼치는 순간, 가장 먼저 독자의 눈을 사로잡는 것은 일러스트레이터 카와사키 사토시의 세밀화다. 그는 ‘고세계의 거주자’라는 자신의 사이트를 통해 고생물을 기록해온 작업자로, 이번 작업에서는 단순한 묘사를 넘는 '시학적 사실성'을 구현했다.
사실적이면서도 상상력을 자극하는 그림은 과학 도감의 개념을 확장시켜, 아이들뿐 아니라 어른 독자에게도 감성적 소구력을 제공한다. 생물의 특징을 담은 에세이처럼 읽히는 그림은, 우리가 일상에서 놓치고 지나는 자연의 디테일을 다시 조망하게 한다.
4. 어린이를 위한 책, 그러나 어른에게 더 묵직한 질문
비행의 진화, 포식과 위장, 멸종 위기까지… 이 책은 초등학생도 이해할 수 있을 정도로 쉽지만, 그 안에 담긴 메시지는 결코 가볍지 않다. “자연은 어떻게 현재의 모습을 취하게 되었는가?”라는 생태철학적 질문은 어른 독자에게 더 깊은 사고를 요구한다. 과학 콘텐츠도 ‘디자인’되어야 한다는 사실을 증명하는 훌륭한 사례이기도 하다.
또한 국제자연보전연맹(IUCN)의 멸종위기 등급 체계를 함께 소개하며 자연 보호에 대한 사회적 감수성도 일깨운다. 이는 단순한 지식 전달이 아닌, 지속가능성과 생태 윤리라는 현대적 가치로 연결된다.
이 책은 단순한 조류 도감 그 이상이다. 과학과 예술, 진화와 문화, 감성과 지식이 만나는 새로운 콘텐츠의 형태다. 아이와 함께 읽어도 좋고, 조류를 좋아하는 성인이면 누구나 흥미롭게 읽을 수 있다. 다음과 같은 행동을 추천한다.
- 서점 또는 온라인 플랫폼(교보문고, 예스24, 알라딘 등)에서 책을 구매해 직접 감상해보자.
- 카와사키 사토시의 일러스트 웹사이트를 방문해, 고생물과 현생 동물의 연결성을 더 깊게 탐색하자.
- 책에서 소개된 조류를 기반으로 새 관찰을 위한 생태 탐방이나 도심 속 새 산책로(예: 한강변, 남산공원) 탐사에 도전해보자.
새는 날개로 진화했고, 우리는 그 날개를 책장을 통해 따라갈 수 있다. 그들이 맺어온 생명의 족적은, 곧 인간이 환경을 이해하고 공존할 수 있는 다른 방식의 힌트가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