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섹스 앤 더 시티’의 사만다 존스가 던진 자기애 선언 – 탈규범적 여성 주체성과 포스트페미니즘 시대의 문화 코드 읽기
자신을 사랑하는 일이 가장 혁명적인 선택이 된 시대, 캐릭터 사만다 존스는 여전히 강력한 문화적 텍스트다. HBO의 전설적 시리즈 『섹스 앤 더 시티(Sex and the City)』에서 사만다는 단순한 섹시한 캐릭터를 넘어, 규범 바깥의 여성 정체성과 소비자 중심 사회에서의 자기 결정권을 불편할 만큼 솔직하게 구현했다. Thought Catalog가 정리한 그녀의 15가지 명언은, 20여 년이 지난 지금도 ‘여성’이라는 존재가 사회적, 문화적 규범에 어떻게 저항하고 존재할 수 있는지에 대한 날카로운 통찰을 제공한다.
이 글은 포스트페미니즘적 문화 흐름 속에서 사만다 존스가 어떤 상징으로 기능했는지를 분석하고, 왜 여전히 대중은 그녀의 언행에 투영과 갈망을 느끼는지를 살펴본다. 그녀의 발언은 단순한 유머나 자기주장을 넘어서, 동시대의 문화적 구조와 여성 주체성에 대한 도발적인 질문을 던진다. "사랑해, 하지만 나 자신을 더 사랑해." 이 선언은 단순하지만 거대한 패러다임 전환을 내포한 문장이다.
자기애와 탈감정의 윤리 – ‘자신을 먼저 사랑하라’는 선언의 정치성
사만다가 가장 자주 인용되는 말 중 하나는 “I love you, but I love me more(나는 너를 사랑하지만, 나 자신을 더 사랑해).”다. 이것은 자기애의 과잉으로 보일 수도 있지만, ‘남성 중심적 관계’가 여성 정체성의 기준이 되어온 오랜 역사에 대한 반격으로도 읽힌다. 에바 일루즈(Eva Illouz)는 『감정 자본주의』에서 "사랑 역시 소비사회와 얽히며 산업화된 감정 체계"라고 말한다. 그런 점에서 사만다의 발언은 감정에 기댄 헌신적 관계를 거부하는 자기 결정권 선언이다. 그녀는 ‘사랑보다 나’를 선택함으로써 소비문화 속 주체로 확립된 여성상을 역설적으로 드러낸다.
포스트모던 페미니즘과 성적 주체성 – “시도는 곧 권리다”
“나는 트라이섹슈얼이야. 뭐든 한 번은 해보지.”라는 사만다의 말은 단순한 유희가 아니다. 90년대 후반부터 등장한 포스트모던 페미니즘은 젠더의 고정된 경계를 해체하고 다양한 성적 지향, 정체성 실험을 긍정한다. 이 맥락에서 사만다는 자기 성적 정체성을 ‘선언’하는 것이 아니라 ‘행위’를 통해 구현하는 존재다. 장 보드리야르가 말한 ‘복제된 쾌락’의 문화에서, 그녀의 발언은 감각적 실험과 변주를 가치를 두는 현대 도시인의 욕망을 구조적으로 드러낸다.
“조용히, 그리고 규칙적으로라니? 그건 내가 아냐” – 탈이성적 여성 이미지에 대한 재구성
‘나는 감정은 하지 않고, 그 대신 판타지를 살아’간다는 사만다의 자아 인식은 근대적 이성 중심주의(특히 감정 절제와 자기 통제가 미덕인 전통적 여성상)에 대한 반전을 표현한다. 정신분석학자 줄리아 크리스테바는 ‘더 이상 거세된 타자로서의 여성이 아닌, 상징계 바깥을 탐색하는 주체로의 여성’을 강조한 바 있다. 사만다는 감정을 통제하지 않고 드러내며, 때로는 얄밉도록 즐긴다. 그녀의 '비합리'는 사실 전통적 ‘합리성’의 사회적 폐해를 비추는 거울이다.
여성과 소비 – 부동산, 브랜드, 그리고 존재 방식의 정치학
“남자가 왜 필요해? 난 듀플렉스가 있어!”라는 대사는 그녀가 단순히 독립을 외치는 것이 아니라, 여성이 소비자/소유자로 존재할 수 있음을 선언하는 강력한 제스처다. 이는 페미니즘과 소비문화가 절묘히 융합된 지점이며, '선택 가능한 여성'이 되어야만 힘을 갖는 사회에서 사만다가 사용하는 무기 역시 자본임을 드러낸다. 소비적 독립은 그녀가 선택한 생존 방식이자, 가부장적 구조 바깥에서 살아남기 위한 여성의 전략적 위치 선점이다.
“우정은 사랑보다 오래간다” – 새로운 관계의 서사 제안
마지막으로, 사만다의 또 다른 통찰은 여성 간 연대에 대한 강조다. “우리, 남자나 아기보다 오래 가기로 약속했잖아.”라는 말은, 로맨틱 관계 중심의 대중문화 서사에서 페미닌 정체성을 구성하는 핵심 고리가 여성 간 우정임을 상기시킨다. 이는 벨 훅스(bell hooks)가 말한 ‘사랑의 정치학’에서 여성 공동체의 가치를 재발견하는 담론과 맞닿아 있다. 로맨스를 넘은 진짜 관계성, 사회적 연대, 상호 간의 인정이야말로 사만다가 말하는 ‘본질적인 사랑’일지 모른다.
현대 사회는 자기 결정성과 소비 주체로서의 여성을 끊임없이 요구하지만, 동시에 도덕적 판단을 내리는 이중 잣대를 고수한다. 사만다 존스는 이 두 세계 사이에서 '자기답게 존재할 어떻게'를 끊임없이 탐색하는 주체였고, 지금도 많은 여성들이 그녀의 말을 인용하며 자신에게 지워진 굴레를 반추하고 있다.
당신은 어떤 방식으로 자신의 정체성을 만들어가고 있는가? 또, 혹시 타인의 시선 속에서 어긋난 '여성성'을 정당화하려 하고 있지는 않은가?
이 글이 우리에게 던지는 질문은 명확하다: “지금 이 문화 속에서 ‘나다움’이란 무엇인가?”
가까운 여성주의 서적이나 글을 통해 페미니즘 담론과 접속해보거나, 『섹스 앤 더 시티』의 특정 에피소드를 다시 보며 달라진 시선으로 해석을 시도해보라. 혹은 사만다의 발언들을 키워드 삼아 각자의 SNS나 커뮤니티에서 주변과 이야기를 나눠본다면, 문화적 언어로서의 ‘여성성’을 주체적으로 사유하는 계기가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