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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시대, 기회의 이면을 묻다

AI 시대, 기회의 이면을 묻다

‘기회의 가면을 쓴 불안’ – 가리 그로스먼이 말하는 AI 시대, 우리는 어디로 가고 있는가

2025년 8월, 기술 커뮤니케이션 전문가이자 글로벌 PR기업 에델만의 AI 센터 오브 엑설런스 총괄 가리 그로스먼(Gary Grossman)은 불안으로 가득한 디지털 시대로의 전환을 ‘위대한 인지 이주(Cognitive Migration)’라 표현했다. 이주란 더 나은 삶, 더 넓은 기회, 더 높은 생산성이라는 약속에 기대어 떠나는 여정이다. 하지만 그의 분석은 단순한 테크니컬 나레이션을 넘어, 사람들이 어떻게 ‘인공지능과 함께하는 삶’에 밀려나고 있는지를 묘사한다. 흥미롭고 혁신적인 기술이 모두에게 새로운 시작이 아니란 점, 이는 결코 간과할 수 없는 지금의 진실이다.

기차에 탑승한 사람들, 그리고 망설이는 사람들

그로스먼은 AI 시대를 기차역으로 비유한다. "기차는 떠나고 있지만, 누구는 탑승했고, 누구는 플랫폼 위에서 불안하게 서 있다." AI를 일상에 수용하고 능숙하게 활용하는 ‘자발적 수용자(willing)’들은 컨설턴트와 제품 기획자, 1인 창업가를 중심으로 용감하게 앞서 나가고 있다. 반면, 적응을 강요당하거나 아직 발을 들이지 못한 이들은 불확실하고 변화무쌍한 미래 앞에 망설이고 있다. "이 주도권은 기술이 아니라, 누구에게 기회가 돌아가는가에 달려 있습니다."

업스킬링이라는 환상과 구조적 배제의 그림자

"적응하거나 뒤처져라"는 말은 이제 조언이 아니라 ‘판결’처럼 들리기도 한다. AI를 효과적으로 다룰 수 있는 리터러시와 연결망 없이, 일부 이들은 아예 새로운 경제 구조에서 자신이 설 곳이 사라졌다고 느끼기 시작했다. 시장은 여전히 "재교육과 재적응"이라는 단어로 사람들을 기다리라 하지만, 그 이면에서 많은 이들은 자리를 잃고 있다. 그로스먼은 이를 ‘기회의 가면을 쓴 관리된 퇴출(Managed Displacement)’이라 명명한다.

AI는 정말 준비되었는가? 그리고 우리는 준비되었는가?

우리가 따라잡으려는 이 기술은 아직 많은 결함을 안고 있다. 강력해 보이는 챗봇도 때론 엉뚱한 대답을 하며 대화 흐름을 놓치고, 학습하지 않고, 기억하지 못한다. AI는 지금 여기서도 믿을 수 없는 오류를 낳는다. 미국에서는 AI에 대한 신뢰가 32%에 불과할 정도로 기술 과신과 인간의 불신 사이에는 깊은 간극이 존재한다. 속도는 빠르지만, 그 방향의 윤리와 신뢰 가능성은 여전히 불투명하다.

AI 겨울이 다시 올까? 기대와 회의 사이, 역사의 경고

AI 역사는 이미 몇 번의 ‘겨울’을 겪었다. 지나치게 부풀려진 기대는 기술이 실망을 안기며 곧 투자 중단이라는 냉혹한 결과를 불렀다. 전문가들은 이번에도 기대와 생산성이 조화를 이루지 못한다면, 구조적인 신뢰 상실과 함께 또 다른 겨울이 올 수 있다고 경고한다. 그리고 그때 상처 입는 것은 기술이 아니라 그 기술을 믿었던 사람과, 영문도 모른 채 따라가야 했던 사람들일 수 있다.

우리는 어디로 가고 있는가? 누구를 위한 미래인가?

기술이 가져올 생산성과 편의는 놀랍다. 그러나 그로스먼의 끝맺음은 담담하지만 날카롭다. **"우리는 어느 곳인지 알지 못하는 땅을 향해 지도를 그리며 달리고 있다. 선택받은 일부만이 목적지에 도달할 수 있다면, 그것은 진정한 진보인가?"**라고 묻는다. AI의 미래는 기술적인 완성도가 아니라 그 여정에서 얼마나 많은 사람이 배제되지 않고 함께 할 수 있느냐에 달려 있다.

가리 그로스먼의 통찰은 우리 모두에게 불편한 질문을 남긴다. 기술이 아닌 인간이 중심이 되는 전환을 위해, 우리는 지금 어떤 선택을 해야 할까? AI가 몰고 올 격변 속에서 우리는 타인을 위로하고, 스스로를 점검하며, 기술에 앞서 멈추고 물을 수 있어야 한다—정말, 우리는 어디로 가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