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 속 곡물 자급과 생태농업의 역할 – 밀 산업 리더십 변화가 주는 시사점
우리가 매일 먹는 식빵, 국수, 라면의 주재료인 ‘밀’은 우리 식생활의 중심이자 국가 식량안보의 핵심입니다. 하지만 기후변화, 토양 황폐화, 지속 불가능한 농업 방식으로 인해 전 세계 곡물 생산 시스템은 위기를 맞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최근 미국의 대표적 밀 산업 기구인 '전미밀재단(National Wheat Foundation)'이 차기 사무총장으로 앤 오스본(Anne Osborne)을 선임한 소식은, 단순한 인사 이상의 의미를 지니며 우리 농업 정책과 먹거리 체계에 중요한 통찰을 제공합니다.
밀 산업에 있어 교육, 연구, 산업 파트너십을 이끌어온 이 재단은 미국의 지속 가능한 밀 생산을 위한 전략적 중심입니다. 새로 선임된 오스본은 교육과 연구를 통한 농업 생태계 회복과 협업 강화를 강조하며, 지속 가능성과 품질 중심의 농업 전환을 추구하고 있습니다.
이는 단순한 품목 산업의 전략이 아니라 우리가 앞으로 나아가야 할 농업 생태계의 방향성과 맞닿아 있습니다. 안전한 먹거리를 지키기 위해 우리는 지금 어떤 행동을 해야 할까요?
지속 가능한 곡물 생산이 식량 주권을 지킨다
FAO(국제연합식량농업기구)에 따르면 전 세계 식량 생산량의 약 60%가 화학비료와 농약에 의존해 이루어지고 있으며, 이로 인한 토양의 유기물 감소와 생물다양성 손실이 심각합니다. 특히 밀은 세계에서 가장 널리 소비되는 곡물 중 하나이지만, 생산 밀도가 높고 대규모 단작이 이루어지는 특성상 토양 황폐화와 병해충 저항성 증가 문제가 빈발합니다.
앤 오스본이 이끄는 미국의 밀 산업 혁신은 단순한 생산량 확대가 아닌 품질과 지속 가능성을 중시하며, 디지털 수확량 분석과 기후 연계 데이터를 활용한 ‘지속 가능한 작물 경연대회’를 운영하는 등, 기존의 관행 농업을 넘어서는 모델을 제시합니다. 이러한 전략은 한국에도 시사하는 바가 큽니다. 국내 밀 자급률은 1%대에 머물고 있으며, 대부분의 밀을 수입에 의존하고 있습니다. 이제는 로컬 품종 복원, 유기농 밀 재배, 토종밀 종자 보존 등 식량 주권을 위한 장기적 전략이 필요합니다.
밀 산업의 새로운 협업 모델: 산업 간 연계의 확대 강화
새 사무총장 오스본이 주도하고 있는 '전미밀수확대회(National Wheat Yield Contest)'는 단지 농민 간 경연이 아니라, 생산자-과학자-가공업체 간 생태 협업의 장으로 기능하고 있습니다. 해마다 30개 이상의 산업 파트너가 참여하고, 초당적 연구자들이 수확 분석과 품질 평가를 공동으로 수행하며, 그 결과는 정책 결정에도 반영됩니다.
이처럼 다학제적 접근으로 농업을 바라보는 시도는 단순한 기술 혁신 이상입니다. 이는 우리가 우리 농업을 어떤 철학과 구조로 설계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이기도 합니다. 한국에서도 이러한 방식의 협업이 강화되어야 하며, 지역 농가와 연구기관, 환경단체가 함께 참여하는 ‘생태적 밀 생산 네트워크’ 구축이 절실합니다.
여성 리더십과 지역농업 강화의 가능성
오스본은 오랜 기간 북다코타와 몬태나 지역 농민과 직접 호흡하며 현장의 요구를 실천해 온 인물입니다. 지역 농민 조직, 학교 이사회, 종교 단체까지 아우르는 그녀의 경험은 농업이 결코 산업 기술에만 의존할 수 없음을 보여줍니다. 농업이 건강한 먹거리를 생산하는 생업인 동시에 지역공동체 복원과 식량주권 회복의 벽돌이 되는 것입니다.
여성 농민과 농업 리더의 약진은 한국 사회에서도 확산될 필요가 있습니다. 우리 농촌의 고령화와 젠더 불균형 해소는 지속 가능성의 핵심이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지역 밀 생산 공동체 내에서 여성 리더의 참여를 확대하고, 청년 창농을 유도하는 메커니즘 마련이 필요합니다.
지속 가능한 먹거리 실현을 위한 우리의 실천
오스본의 리더십 아래 전미밀재단이 펼쳐온 방향은 단순한 기술 혁신이 아니라 농업이 환경, 공동체, 먹거리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가에 대한 통합적 접근이라 할 수 있습니다. 지금 우리가 주목해야 할 것은, 단지 수입 밀을 소비할 것인가의 선택이 아니라 우리가 무엇을 어떻게 키우고 소비할 것인가에 대한 자각입니다.
우리는 다음과 같은 실천에서 출발할 수 있습니다:
- 로컬푸드 직거래 장터에서 국산 밀 제품을 선택하기
- 유기농 밀 제품에 대한 정보 탐색 및 소비 확대
- 지역 학교와 기관에 국산 밀 급식 확대 제안
- 친환경 파종, 무농약 밀 재배 농가 후원 또는 공동 소비
- 농식품부 및 지자체에 지속 가능한 곡물 생산 확대 정책 요구
지속 가능한 농업은 거창한 변화에서 시작되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오늘 식탁에 무엇을 올리는가를 고민하는 작은 질문에서부터 시작됩니다. 이제는 환경과 농업, 식량의 연결고리를 바로보고, 생태적 먹거리 체계로 나아갈 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