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라이포세이트 논쟁이 던지는 질문: 식량 안보인가, 환경 위기인가 – 지속 가능한 농업전환의 결정적 순간
우리가 매일 먹는 음식, 정말 안전할까요? 지구의 토양과 물은 후손에게 건강하게 물려줄 수 있을까요? 지금 세계 농업은 단 한 가지 제초제, ‘글라이포세이트(glyphosate)’를 사이에 두고 식량안보와 환경보호 간의 첨예한 갈등 속에 놓여 있습니다. 이 화학물질에 대한 금지와 옹호논쟁은 단지 특정 농약을 둘러싼 기술적 문제가 아닙니다. 지속 가능한 농업과 생태계 회복력, 그리고 식량 체계의 공공성을 근본적으로 되묻는 중요한 시점입니다.
글라이포세이트는 ‘라운드업(Roundup)’으로 잘 알려진 세계에서 가장 널리 쓰이는 제초제입니다. 세계 곡물 생산의 핵심 역할을 맡아오며 미국, 브라질, 아르헨티나 등 주요 농업국에 광범위하게 사용되어 왔지만, 암 유발 가능성과 환경 파괴 논란으로 수많은 국가와 시민단체가 사용금지를 요구하고 있습니다. 반면 다국적 농화학 기업과 일부 농민단체는 '과학적으로 안전하다'는 미국 환경보호청(EPA)의 입장을 근거로 규제를 반대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단순한 찬반 구도를 넘어서, 이 논쟁은 우리의 농식품 시스템 전체를 고찰해야 할 필요성을 제기하고 있습니다.
1. 제초제 의존 농업의 구조적 위험
미국의 대두·옥수수를 재배하는 대규모 농가들 다수는 글라이포세이트에 강한 유전자조작(GMO) 작물에 의존하고 있습니다. 이로 인해 제초제 저항성 잡초가 출현하고, 더 강력한 제초제의 반복적 사용이라는 악순환이 지속되고 있습니다. 2020년 기준, 미 농무부 자료에 따르면 글라이포세이트 저항성 잡초의 확산 지역은 30개주 이상으로 확대되었습니다. 이로 인해 토양의 미생물 생태계가 교란되고, 토양 비옥도 저하 및 수질오염이 가속화되고 있습니다.
네이처(Nature) 학술지에 발표된 보고서(2021)는 글라이포세이트의 토양 미생물 다양성 감소 효과와 장기적 생태계 회복력 약화를 경고하고 있습니다. 단기적 수확 증대를 위해 미래 세대가 사용할 자산인 토양과 수질을 훼손할 수는 없습니다.
2. 식량 가격과 제초제 의존, 지속 가능한 대안은 없다?
일부 농민들은 글라이포세이트 없는 재배는 생산비를 높이고 식량 가격 상승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주장합니다. 관련하여 미국 농무부 산하 경제연구서비스(ERS)는 주요 농약이 금지될 경우, 곡물 가격이 평균 15~30% 상승할 위험이 있다고 분석한 바 있습니다.
하지만 최근의 국내외 사례는 다른 가능성을 보여줍니다. 독일, 프랑스, 스리랑카 등은 벌써 글라이포세이트 사용을 제한하거나 단계적 퇴출을 선언했고, 대체 농법 확산으로 오히려 장기적으로는 생산 안정성과 환경 복원이 가능하다는 연구 결과도 제시됩니다. 스웨덴 룬드대 연구팀은 유기농 및 정밀농업으로 전환 시 초기 수확량 감소에도 불구하고 10년 내 토양 건강 회복 및 병충해 저감에 따른 비용 절감 효과가 실제 나타난다고 평가한 바 있습니다.
3. 지속 가능한 농업으로의 전환, 가능성과 실천 사례
글라이포세이트를 비롯한 화학 농약에서 탈피하고 지속 가능한 농업으로 전환하기 위해서는 대체 기술과 공동체 중심 정책이 병행되어야 합니다. 세계식량농업기구(FAO)는 유기농, 커버크롭(crover crops), 작물 다변화, 정밀농업, 생물학적 방제 등 다양한 방식이 환경 훼손을 최소화하면서도 수확량을 유지할 수 있는 실질적 방법이 된다는 점을 강조합니다.
국내에서도 전남 구례, 충북 괴산 등 일부 로컬푸드 중심의 농촌에서는 지역 순환형 친환경 농업 실험이 점차 확대되고 있으며, 신뢰 기반의 소비자 직거래 시스템은 가격부담 없이도 건강한 먹거리를 공급할 수 있는 길을 찾고 있습니다.
4. 화학농업 중심의 정책 틀을 바꾸기 위한 시민의 역할
그렇다면 우리는 어떻게 대응할 수 있을까요? 전문가들은 무엇보다 시민이 ‘소비자이자 정책의 동반자’로서의 책임과 권한을 인식해야 한다고 강조합니다. 안전한 농산물에 대한 선택은 곧 생산방식에 대한 의사표현이며, 이는 유기농 산지, 생협, 지역 직거래 시장을 통해 실천할 수 있습니다.
또한 국회와 지방정부가 추진하는 친환경 농업 예산 확대, 농약감축 정책, 로컬푸드 지원조례 제정 등에 관심을 기울이고 적극적인 지지를 보여주는 것도 중요합니다. 지역 농민단체, 환경단체가 주도하는 캠페인이나 마을공동체 기반의 먹거리 교육을 통해 함께 고민하고 행동해야 할 시점입니다.
지속 가능한 농업은 '선택'이 아닌 '책임'의 문제입니다. 현재의 제초제 의존·고투입 농업 시스템은 생태계와 인간 모두의 건강을 위협하고 있으며, 이는 미래 식량 주권과도 직결됩니다. 우리는 먹거리와 농업에 대해 더 많은 질문을 던지고, 답을 직접 실천하는 시민이어야 합니다. 지금, 우리 식탁 위에서부터 변화를 시작합시다.
📌 [당장 실천할 수 있는 행동 제안]
- 유기농·무농약 인증 농산물 선택하기
- 가까운 지역 로컬푸드 매장 이용하기
- 친환경 농업 지지하는 정책에 찬성 뜻 전하기
- 지속 가능한 농업 관련 다큐멘터리(예: <지구를 위한 밥상>, <씨앗: 생명의 근원>) 시청
- 관련 시민단체 후원 및 캠페인 참가하기 (예: 전국여성농민회총연합, 환경운동연합 농업분과 등)
식량은 모든 인간의 권리이며, 그 생산은 인류와 자연 모두의 조화 속에서 이루어져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