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악학원 그 봄 그 겨울 교육의 본질을 되묻는 감동 에세이

설악학원 그 봄 그 겨울 교육의 본질을 되묻는 감동 에세이

설악학원에서 마주한 순수의 기록 – 교육 그 이상의 감동을 전하는 ‘그 봄 그 겨울’

1970년대 내설악 깊은 골짜기, 전기도 닿지 않는 마을에 작은 야학 ‘설악학원’이 있었다. 이제는 희미해진 한 초점, 낡은 막사 두 칸에서 시작된 이 학교의 이야기가 고창일의 에세이 『설악학원, 그 봄 그 겨울』(좋은땅출판사, 76쪽)을 통해 우리 앞에 다시 모습을 드러낸다. 이 책은 단순한 회고록이 아니다. 그것은 한 세대 청춘의 이타적 사명을 담은 인문적 기록이자, 잊혀진 교육의 본래 의미를 환기시키는 귀한 문헌이다. 우리는 왜 이 오래된 이야기에서 다시 울림을 받는 걸까?

1. 가르침과 배움 사이, 서로를 비추던 호롱불의 시간들

『설악학원, 그 봄 그 겨울』은 저자 고창일이 군 복무 시절 야학 교사로 파견되어 아이들과 함께한 나날들을 기록한 작품이다. 당시 설악학원은 정식 교육기관도, 행정적 인정을 받은 곳도 아니었지만, 그곳에서 펼쳐진 수업은 배움의 진정성을 되묻게 한다. 가난과 불편함 속에서도 책을 펼치고, 병아리를 팔아 서울 수학여행 경비를 마련했던 아이들의 모습은 독자에게 교육의 사회적 의미와 정서적 무게를 되새기게 만든다. 이 호롱불 교실은, 어쩌면 우리 시대가 잃어버린 ‘배움’의 원형일지도 모른다.

2. 순수한 시대의 자화상 – ‘교가’를 부르던 아이들, 울림이 된 기억

에세이 곳곳에서는 작가 특유의 담백하고 관조적인 문체로 당대 아이들의 모습이 살아 숨 쉰다. 특히 명동 거리에서 교가를 부르던 순간이나, 창경원에서 호랑이를 마주한 날의 생경한 감정 묘사는 독자에게 ‘교실 밖 교육’의 감동을 전한다. 이는 단지 개인의 아름다운 추억이 아니라, 공동체적 기억으로 작동한다. 문학평론가 김연수는 “이런 기록은 더 이상 존재하지 않을 공동체의 얼굴을 천천히 어루만지는 작업”이라 평한다. 무엇을 가르쳤는가보다, 어떻게 함께 있었는가가 더 오래 남는다.

3. 교육의 이상과 현실 – 사라진 학교가 남긴 질문

책의 후반부로 갈수록, 설악학원의 폐쇄와 그 이후의 이야기가 중심을 이룬다. 저자는 “우리는 아이들의 삶을 지켜주지 못한 채 제대의 꿈에 젖어 떠난 선생들이었다”고 말하며, 개인적 회한을 교육에 대한 성찰로 확장시킨다. 군복무라는 제도적 한계, 야학이라는 비공식적 공간, 발전과 효율 중심의 국가정책 속에 잊히기 쉬운 교육 실천의 가치는 지금 우리가 맞이한 교육 현실에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이는 단지 결핍의 기억이 아니라, 그 결핍 속에서도 시도했던 진심의 기록이기 때문이다.

4. 사라지지 않는 이름들 – 기록으로 되살아나는 잃어버린 공동체

가장 특별한 장점은 책이 담고 있는 ‘이름 부르기’의 힘이다. 에세이는 단지 추억을 회상하는 데 머물지 않고, 이름 하나하나를 불러내는 방식으로 잊혀진 존재들을 실존적 차원으로 복원시킨다. 이는 “기록이 곧 기억이며, 기억은 곧 존재이다”라는 역사 인류학의 통찰을 체감하게 한다. 이 책의 한 페이지 한 페이지는 단순한 과거 이야기가 아닌, 실존을 증명하는 미학적 행위이다.

5. 작은 야학에서 피어난 인간애 – 지금 우리가 돌아보아야 할 ‘봄과 겨울’

『설악학원, 그 봄 그 겨울』은 단지 시간의 흔적으로 그려지는 회상담이 아니다. 그것은 인간이 인간을 존중하며 배우고 가르칠 수 있었던 한 시대의 기록이자, 오늘날에도 유효한 가치를 질문하는 텍스트다. ‘그 봄, 그 겨울’은 결국 한 계절의 시공간이 아니라, 지금 우리가 놓친 것들을 반추하게 하는 메타포로 읽힌다.

책은 교보문고·영풍문고·예스24·알라딘·인터파크 등 온라인 서점에서 쉽게 구매할 수 있다. 사회 변화와 현실적 제약 속에서도 여전히 따뜻한 교육을 꿈꾸는 독자, 혹은 잊혀진 지역과 개인의 이야기에 귀 기울이는 ‘문화적 감식가’라면 이 얇지만 깊은 책을 반드시 만나보기를 권한다.

오늘 우리의 교실은 무엇을 잊고, 무엇을 기억해야 할까? 『설악학원, 그 봄 그 겨울』은 그 질문에 조용하지만 묵직한 대답을 들려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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