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행정법의 구조를 꿰뚫다 – 법학도와 문화연구자에게 권하는 비교법 독서의 새로운 지평
일본 법학의 핵심을 해부하는 교과서적 역작, 『일본 행정법』이 좋은땅출판사에서 최근 출간되었다. 592쪽 분량의 이 풍성한 법학 서적은 단순한 이론서가 아니다. 이제껏 국내에서는 단편적으로만 접근되던 일본의 행정법 체계를 총체적으로 소개하며, 학술적 비교는 물론, 정치·사회 문화를 투과하는 렌즈로 사용 가능한 중요한 자료로 다가온다. 법학 전공자뿐 아니라 동아시아의 행정 시스템에 관심 있는 예술·정치학 연구자에게도 간과할 수 없는 텍스트다. 그렇다면 이 책이 지금 우리에게 어떤 메시지를 던지고 있을까?
1. 행정법의 세 겹 구조를 한눈에 – '조직·작용·구제'로 본 일본식 합리성
다카하시 시게루가 집필하고 김한율이 번역한 『일본 행정법』은 일본 행정법을 세 영역—행정조직법, 행정작용법, 행정구제법—으로 체계적 분류하여 접근한다. 각각은 국가 권력의 구조화(조직), 권한의 실현 방식(작용), 그에 대한 시민의 권리구제(구제)로 이어지며, 이 삼각 구조는 마치 삼위일체처럼 작동한다. 특히 행정절차와 행정입법 과정에서의 엄격한 절차주의는 일본식 관료제 문화의 법적 반영이자, 메이지 유신 이래 이어져온 행정 합리화의 어떤 결실로 인식할 수 있다.
2. 행정행위에서 권리구제로 – 권력과 시민 사이의 섬세한 줄타기
이 책의 하이라이트는 무엇보다도 행정작용의 세부 권역에 있다. 행정행위와 지도, 계약, 행정입법을 구체적으로 개별 항목으로 나누고, 각 제도에 숨겨진 권력 설계와 통제 장치를 치밀하게 조명한다. 예를 들어, 일본에서 '행정지도'는 명령이 아닌 사실상의 압력임에도 불구하고 특정 제도를 강화하는 데 널리 사용된다. 여기에서 법의 외부에서 작동하는 비형식 권력이라는 흥미로운 테마가 드러난다. 이는 미셸 푸코의 '규율 권력' 개념과 견주어 보는 것도 유익한 감상법이 될 수 있다.
3. 권리구제와 국가배상 – '시민-국가' 간 법적 갈등의 해결방식
책 후반부에서는 일본 행정법의 권리구제 수단인 행정쟁송과 국가배상 제도를 심도 있게 다룬다. 일본은 민주적 통제 장치로서 행정소송과 배상 제도를 전면에 내세우지만, 그 접근 기준과 절차는 실무적으로 매우 엄격하다. 이는 일본 사회 특유의 '조화 우선' 문화, 즉 갈등 회피와 제도 내 분쟁 해결 모델을 선호하는 사회문화적 철학이 사법 시스템에 스며 있는 단서로도 읽힌다. 이 점은 우리나라의 실정법과 비교하며, 법적 문화의 차이를 성찰하는 데 유익한 대목이다.
4. 저자의 시선 – 정치와 기술 사이, 법의 중립성과 과학적 사고의 접목
다카하시 시게루는 히토쓰바시대학 교수이자 현재 호세이대학 법학부에서 재직 중인 일본 행정법계의 권위자다. 그의 연구는 과학기술 및 환경, 공공정책과 법 제도의 관계로 확장되어 있으며, 이는 '법은 기술적 도구인가, 아니면 정치적 언어인가?'라는 법철학적 질문으로 이어진다. 『일본 행정법』은 단순히 제도 설명을 넘어서, 이러한 그래도된 문제의식 속에서 현대 법치국가의 이상과 현실 사이의 긴장을 독자에게 은근히 전달한다.
5. 번역이라는 창을 통해 – 일본 법원을 읽는 타자의 시선
김한율 번역자는 원문의 학술적 체계와 용어를 충실히 보존하면서도, 한국 독자가 이해하기 어렵지 않도록 섬세하게 조율했다. 법용어 하나에도 국적과 문화의 인장이 찍혀 있으므로, 번역된 법학 서적은 일종의 문화 간 소통 장치이다. 『일본 행정법』은 ‘법’이라는 텍스트를 매개로 일본 사회를 독해하고자 하는 문화 비평의 출발점으로도 손색없다.
『일본 행정법』은 앞으로 일본 법제에 대한 비교법 연구자뿐 아니라, 동아시아 공공제도에 관심 있는 교양 독자층에게도 의미 있는 지적 자극을 제공할 것이다. 특히 일본의 행정정책이 우리 사회 문제 해결의 대안이 될 수 있을지를 고민하는 공공정책 분야 연구자에게는 반드시 짚어보아야 할 교과서다.
지금 바로 이 책을 통해, 법이라는 사회 작동 방식의 구조를 언어와 제도의 층위를 넘나들며 탐색해보자. 예스24, 교보문고, 알라딘 등 주요 서점에서 구매할 수 있으며, ‘행정법’이라는 추상적 개념을 가장 실천적으로 체화한 이 텍스트에서, 우리의 공공성과 인권감각은 또 다른 방향으로 확장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