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전 너머의 진실을 마주하다 – 『몽룡(성이성)전』이 다시 쓴 춘향전, 그 역사적 복원과 현대적 울림

'춘향전'은 한국인에게 너무나 익숙한 고전이지만, 그것이 단지 픽션에 머문다면 너무 얕은 이해에 그칠지 모른다. 최근 좋은땅출판사를 통해 출간된 안문현 작가의 『몽룡(성이성)전』은 이 전설에 역사적 실체를 부여하며 우리에게 다시금 “문학은 어디서부터 진실이 되는가?”라는 질문을 던진다. 이 작품은 조선 인조대 실존 인물인 성이성을 중심으로, 사랑과 정의, 인간의 품격이라는 고전의 미덕을 현대적으로 새롭게 비추는 문학적 복원이다.

1. 역사적 실존과 문학적 상상력의 교차점에서

『몽룡(성이성)전』의 주인공은 단지 고전 속 ‘이몽룡’이 아니라, 조선시대 청백리로 명성이 높았던 암행어사 성이성이다. 작가 안문현은 국문학계의 다양한 학술적 연구를 기반으로, 춘향전이 실은 성이성의 실화를 바탕으로 조경남이라는 실존 인물이 기록한 작품이라는 흥미로운 가설을 제시한다. 작품 속 성이성은 시대의 부패와 전란 속에서도 청렴과 정의를 지키려 했던 어사로, 그의 인간적인 고뇌와 신념이 단순히 ‘사랑 이야기’ 이상의 깊은 감동을 선사한다.

2. ‘춘향’은 누구인가 – 신분을 초월한 사랑의 재해석

이 작품에서 성이성이 평생 잊지 못했던 인연, 바로 ‘춘향’과의 관계는 낭만주의적 해석에서 벗어나 탈신분적 사랑의 현실적 형상으로 그려진다. 단순한 로맨스가 아닌, 사랑이 어떻게 ‘기억되고 기록되는가’에 대한 고찰이다. 특히 ‘춘향’이라는 인물이 인간적 신의와 도덕적 내면으로 재조명됨으로써, 독자는 고전소설 속 여성상이 지닌 상징성과 그 한계를 새롭게 성찰하게 된다.

3. 조선 후기를 살아간 인간 이야기로의 전환

『몽룡(성이성)전』은 단지 고전을 각색한 소설이 아니다. 작가는 조선 후기를 배경으로, 전란의 흔적과 사회적 격동기에서 살아간 이들의 현실을 치밀하게 되살린다. 성이성이 백성을 구휼하고 부패한 관료 제도를 조사하는 모습들 속에는, ‘옳음을 선택하기 위해 무엇을 감내해야 하는가’에 대한 묵직한 질문이 녹아 있다. 이는 지금 우리가 마주한 사회적 공정성과도 결을 같이하며, 시대를 초월한 가치를 환기시킨다.

4. 고전을 다시 읽다 – 문학적 전통의 현대적 유통

작품은 전통의 서사 구조를 유지하면서도 현대 독자의 정서에 맞는 문장과 서술 방식으로 문학성과 가독성 모두를 확보했다. 특히 시선은 과거에 머무르지 않고, 문학이 어떻게 사실을 상상으로 확장할 수 있는지, 그리고 허구가 어떻게 다시 진실을 복원할 수 있는지를 실증하며, 독자에게 고전의 또 다른 해석 가능성을 열어 둔다. 이는 문학이 단지 과거의 유산이 아닌, 현재와 미래를 연결하는 창이라는 사실을 설득력 있게 보여준다.

5. 춘향전과의 비교를 통해 드러나는 문학적 깊이

이 작품은 춘향전과의 비교 없이 이해하기 어렵다. 춘향전이 사회적 이상과 풍류를 그렸다면, 『몽룡(성이성)전』은 그 기저에 깔린 결핍과 현실을 복원한다. 이몽룡이라는 이상화된 인물을 벗겨내고, 성이성이라는 인간적인 인물을 다시 마주하게 되는 순간, 우리는 고전이 가린 진실의 얼굴과 마주하게 된다. 이는 고전 독서의 목적이 단지 감상이 아니라 해석이라는 비평적 태도를 요청한다는 점에서도 의미심장하다.

역사는 기록자의 프레임에 따라 진실을 달리 보게 되며, 문학은 그 공백을 메우는 데에서 태어나는 예술이다. 『몽룡(성이성)전』은 바로 그런 맥락에서 고전의 문지방을 넘어선 작품이다. 우리가 『몽룡전』을 읽는다는 건, 단순한 고전소설 재조명의 행위가 아니라, 한국 문학이 가진 민중의 서사와 정의의 정신을 현재형으로 환기시키는 일이라 할 수 있다.

이 책은 교보문고, 예스24, 알라딘 등 주요 서점에서 구입할 수 있으며, 고전문학에 관심 있는 독자뿐만 아니라 역사, 인문, 서사적 문학을 사랑하는 이에게 뜻깊은 독서 경험을 제공할 것이다. 읽고 나면, 당신은 춘향전을 다시 읽고 싶어질지도 모른다—이제는 완전히 새로운 눈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