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랜스젠더 코미디의 경계 넘기 – 《트랜잭션(Transaction)》이 보여주는 유쾌한 반란과 불편한 진실
ITV의 신작 시트콤 《트랜잭션(Transaction)》은 단순한 웃음을 넘어, 오늘날의 젠더 담론과 미디어의 역할에 도전하는 전복적 서사를 쌓아올린다. 코미디언이자 트랜스젠더 활동가인 조던 그레이(Jordan Gray)는 이 작품을 통해 브리티시 방송계에서 좀처럼 다루지 않는 "트랜스 여성의 일상"을 냉소와 유머로 풀어낸다. 표면적으로는 전형적인 직장 코미디지만, 그 이면에는 주류 서사에서는 지워졌던 정체성과 권력, 표현의 자유에 대한 진지한 도전이 흐른다. 이 글은 《트랜잭션》이 제기하는 문화적 맥락과 사회적 반향을 되짚으며 현대 예술 속 성소수자 서사의 변곡점을 비평적으로 살펴본다.
코미디의 전통 문법을 교란하다: "낄낄 웃음"에 스며든 급진성
《트랜잭션》은 전형적인 2000년대형 시트콤의 외피를 하고 등장하지만, 속내는 훨씬 진보적이다. 몰상식한 상황과 도식적인 인물 설정을 통해 웃음을 유도하는 동시에, 트랜스젠더 서사를 그 틀 안에 밀어 넣음으로써 오래된 방송 포맷을 교란한다. 이는 미디어 이론가 린다 허천의 ‘패러디의 정치학’ 개념을 떠올리게 한다. 그는 “패러디는 기존 담론에 대한 암묵적 비판”이라고 말한 바 있다. 그레이가 만들어낸 주인공 리브(Liv)는 사랑스럽지만 자기중심적이고, 게으르고, 때로는 불쾌하다. 그녀는 오로지 피해자나 성스러운 존재로 소비되었던 기존 트랜스젠더 묘사에서 벗어나, 복잡하고 모순적인 한 인간으로 제시된다.
“당신은 트랜스 여성을 웃길 수 있는가?” 경계 위의 블랙코미디
이 시트콤은 사회적으로 금기시된 주제를 향해 정면 돌파한다. 첫 장면은 아름답게 묘사된 여성의 면도 장면 패러디에서 시작되지만, 곧 유쾌한 불쾌감으로 돌변한다. 이처럼 **"비정상적인 비정상화"**는 작품의 핵심 전략이다. 트랜스젠더 이슈에서 소위 ‘진짜 정상성’을 논하는 이중적 시선에 몸소 뛰어들어 그것을 희화화하고, 동시에 문제화한다. 특히 주인공이 자신의 성전환 수술을 핑계로 임대료를 내지 않겠다고 주장하거나, 직장에서 면책적 존재로 군림하는 설정은 명백히 불편하지만, 그 불편함이야말로 시청자의 고정관념을 흔드는 장치다. 이는 페미니스트 문화비평가 주디스 버틀러가 주창한 "젠더 수행성" 이론, 즉 젠더는 선천적 본질이 아니라 반복을 통해 생산된다는 사고와 맞닿아 있다.
상품화된 다양성에 대한 비틀기: '다양성'은 누구를 위한 것인가
극중 슈퍼마켓의 광고 “lady boys get out”는 우스꽝스러운 설정이지만, 현실에서 벌어지는 기업의 표면적 다양성 전략을 날 선 풍자 속에 담는다. 트랜스젠더 직원 고용을 통해 기업 이미지 회복을 도모한다는 설정은 다문화, 다정체성 사회 속 **"다양성 소비주의(Diversity Consumerism)"**의 아이러니를 드러낸다. 학자 사라 아메드는 이것을 ‘표면적 포용(Surface-level Inclusion)’이라 명명하며, 기관이 포용을 브랜드화하는 위험성을 경고한 바 있다. 《트랜잭션》은 이와 같은 장면들을 통해 "포용"이 언제나 정의롭고 효과적이진 않다는 점을 유쾌하게 드러낸다.
불균질한 서사와 윤리적 실험: 유머는 언제 폭력이 되는가
물론 이 드라마가 균일하게 성공적인 것은 아니다. 쇼 안에서 난쟁이 동료와 흑인 캐릭터를 타자로 소비하는 특정한 농담들은 윤리적 균형감각에서 논란의 여지가 있다. ‘현대적’ 감각이 기대되던 순간에 고전적인 폭소 중심의 편견 재생산이 터져 나오며, 설득력의 균열을 만든다. 이는 ‘소수자 안에서도 누가 중심을 차지하는가’에 대한 비판적 논점을 드러낸다. 트랜스 여성의 해방적 서사가 유색인종/장애 여성의 몸을 도구로 이용할 때, 이 작품은 진보적 정체성마저 위계화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트랜스젠더 서사의 새로운 전환점 혹은 또 다른 상업화인가
결국, 《트랜잭션》은 트랜스젠더 인물의 첫 풀사이클 시트콤이라는 점에서 문화사적 의미를 지닌다. 동시에, 그 진보성은 ‘보수적 방송 포맷’이라는 틀에 갇혀 극적 확장을 제한받는 측면이 있다. 조던 그레이가 향후 주류 밖에서 어떤 서사를 펼쳐 보일 수 있는지, 그리고 트랜스 커뮤니티가 스스로의 이야기를 어떻게 ‘소유’하고 ‘표현’할 것인지는 현재와 미래의 주요한 과제가 될 것이다.
—
우리는 《트랜잭션》이라는 시트콤을 통해 트랜스젠더가 웃길 수 있고, 웃겨도 된다는 문화적 질문을 다시 던진다. 그 질문은 더욱 확장되어야 한다. 우리는 어떤 방식으로 소수자의 서사를 수용하고 있으며, 또 누구의 입을 통해 그것을 듣고 싶어하는가? 지금 이 글을 읽는 당신이 해야 할 일은 간단하다: 《트랜잭션》을 직접 시청하고, 장난기 가득한 농담 속에서 어떤 맥락과 감정이 읽히는지 스스로 검토해보자. 나아가 트랜스젠더 서사를 다룬 다른 예술 작품—예컨대 미카엘 하네케의 《피아니스트》나 셰릴 던예의 퀴어 영화—에 눈을 돌려 다층적인 젠더와 권력의 서사를 탐색해보는 것도 유익하다. 마지막으로, 당신이 만나는 일상 속 소수자 이미지에 대해 질문해보라. 그것은 누가, 어떤 시점에서 말하고 있는가? 그리고 당신은 이제 어떤 이야기의 주체가 될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