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Water Borne』가 전하는 물의 힘 – 1,200마일 블루 스페이스 순례기에서 배우는 삶의 회복력
현대 도시인의 감각은 콘크리트와 디지털 알림음에 익숙하지만, 여전히 자연은 인간의 깊은 내면을 깨우는 치유의 장이다. 저널리스트 댄 루빈스타인의 신작 『Water Borne』은 그 점을 강력하게 상기시킨다. 그는 오타와에서 뉴욕까지, 다시 돌아오는 총 1,200마일(약 1,930km)의 여정을 한 손에 패들만 들고, 인플레터블 패들보드 위에서 일렁이는 자연을 따라 나아갔다. 검게 번진 도시의 속도를 벗어나, 천천히 흐르는 블루 스페이스—물이 머무는 공간—속에서 그는 무엇을 발견했을까?
이 작품은 단순한 여행기나 운동 에세이를 넘어, 현대인이 자연과 관계를 재정의하는 법에 대한 장대한 사유다. 지금 이 이야기가 우리에게 울림을 주는 이유는, 루빈스타인이 ‘자연을 정복하는 인간’이 아닌, ‘자연과 연결되는 인간’으로서의 자세를 선택하고 있기 때문이다.
🌊 블루 스페이스, 치유의 풍경이 되다
“인간은 본능적으로 물에 끌린다”는 연구가 있다. 해변, 강가, 호수 근처에 있을 때 우리는 스트레스를 줄이고, 더 개방적이며 상호 배려적인 태도를 경험한다. 루빈스타인은 이러한 **블루 스페이스(blue space)**의 심리적·사회적 효과를 체험하고 기록하기 위해 이 여정을 감행했다. 그는 얕게 일렁이는 리슈리외 강에서부터 뉴욕 항의 거친 선박 교통 속까지, 수십 곳의 수변 공간을 통과하며 지역 생태계 단체와 과학자, 마을 주민들과의 대화를 통해 ‘물과 인간 공동체’의 관계성을 들여다봤다.
이 여정은 단지 ‘자연 속 걷기(walking)’를 노래했던 그의 전작 『Born to Walk』의 수상(水上) 확장판이 아니라, 물이라는 공간이 어떻게 인간의 내면, 관계, 정체성에 영향을 끼치는지 들여다본 탐사적 프로젝트라 할 수 있다.
🧭 패들 위에서 본 세상, 땅에서 보지 못하던 진실
카약이나 카누와 달리 패들보드는 선 자세를 유지한다. 루빈스타인은 이를 두고 “물속을 들여다보며, 자신의 실루엣까지 바라볼 수 있는 독특한 시점”이라 말한다. 몸으로 물을 느끼며 이동하는 패들보드는 인간을 지구적 감각에 직결시키는 도구다. 그리하여 그는 호수를 건넌 새벽의 고요에서, 맨해튼 베이의 소음까지, 물이라는 렌즈를 통해 세계를 새롭게 읽어낸다.
특히 자유의 여신상 주변을 도는 구간에서 수많은 유람선, 경찰정, 화물선이 뒤엉키는 복잡한 도심 항로를 관찰하며 그는 깨닫는다. “위험한 곳이기에 더 서로를 조심하게 되고, 그래서 공동체 의식이 살아난다.” 이는 블루 스페이스에 담긴 근원적 메시지 – 연결과 배려의 가능성 – 을 상징적으로 제시한다.
🧑🤝🧑 여정의 중심은 ‘공동체’다, 인간 회복의 단서
이 책이 단순한 체험기와 달리 예술성과 문학성을 지니는 이유는, 루빈스타인의 여정 중심에 ‘공동체’라는 인간 본연의 관계성이 놓여 있기 때문이다. 물은 느리게 흐르며, 사람을 멈추게 하고, 곁을 바라보게 만든다. 루빈스타인은 이를 통해 현대 사회의 단절과 소외를 넘는 치유의 언어로서 물의 가능성을 말한다.
그의 주장처럼 오늘날 우리는 서로를 보고도 보지 않고, 빠르게 판단하고 무정하게 흐린다. 그러나 물가에 있으면 사람들은 눈을 마주치고, 모른 척을 멈춘다. 그에게 블루 스페이스는 단지 자연이 아니라, 인간의 본능을 상기시키는 감정적 생태계다.
📚 감상 요약과 문화 향유 팁
『Water Borne』은 물이라는 매개체를 통해 인간과 자연, 사람과 사람의 관계를 새롭게 되짚는 문화적 순례기다. 다음과 같은 관점에 주목하며 읽어보자.
- 물가가 우리 심리에 미치는 실제적 효과와 이를 체험하는 방식
- 패들보드를 통한 공간 인식의 전환: 수직적 시점과 생태적 웅장함
- 지역 공동체와 수변 문화가 들려주는 인문학적 서사
- 현대인의 회복탄력성에 필요한 ‘자연적 감각’의 회복
이 책을 읽은 뒤 가까운 하천이나 호숫가를 산책해보자. 또는 도보 대신 패들보드 프로그램에 참여해 보는 것도 좋겠다. 물을 마주하는 당신의 감각이 이 책을 통해 풍요로워질 것이다. 또 하나의 추천은, 다큐멘터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