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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너지는 거리경제, 신뢰의 경고

무너지는 거리경제, 신뢰의 경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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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법 담배가 드러낸 고장 난 거리경제 – 고립된 영국 하이스트리트의 신호탄

최근 BBC의 심층 보도는 영국 고장 도시 헐(Hull)에서 이루어진 불법 담배 판매 실태를 통해, 단순한 '불법 거래'를 넘어 하이스트리트에서 벌어지는 서민경제의 구조적 붕괴와 고립, 그리고 제도 불신의 단면을 고스란히 드러냈다. 수십만 파운드어치의 밀수·위조 담배가 은밀히 거래되고 있는 이 현장은 이제 단순한 범죄를 넘어, 사회 전반의 불균형과 범죄 생태계의 연결 고리를 알려주는 미래 사회 리스크의 경고 시그널로 해석할 필요가 있다. 지금 우리가 주목해야 할 중요한 변화의 흐름은 무엇일까?

1. 도시경제의 뒷골목화 – 몰락하는 하이스트리트, 치안의 그늘로 전락하다

헐 지역의 미니마트, 이발소, 테이크아웃 음식점 등 평범한 일상 공간은 이제 불법 담배 유통의 거점이 되고 있다. 이중바닥, 지하 터널, 미디어를 막는 음료 광고판까지 동원된 정교한 위장 행위는 하이스트리트가 더 이상 '공공의 거리'가 아니라는 점을 보여준다. 이 현상은 단지 헐에 국한되지 않는다. 브래드퍼드, 노팅엄, 코벤트리 등 다른 도시에서도 동일한 현상이 폭넓게 발생하고 있으며, 이는 “도시 쇠퇴의 징후”이자 지역 사회의 심리적 공동화 현상을 유발하고 있다.

2. 불신의 악순환 – 정부와 경찰의 무능이 만든 공백

경찰과 트레이딩 스탠다드(공정거래감시국)의 자원 부족, 낮은 처벌 수위, 반복되는 재오픈 등은 “법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다”는 인식을 시민에게 각인시킨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제도적 허점이 정치 불신의 토양이 된다고 경고한다. 실제로 로컬 경제가 붕괴된 지역일수록 급진 정당 지지가 상승하는 추세가 관찰되고 있다. 결국 거리의 변화는 정치 심리에도 영향을 미치는 '도심 쇠퇴의 파급 효과'로 연결된다.

3. 비용과 생계의 딜레마 – 불법 소비를 부추기는 생활고

영국은 법정 담배 가격이 세계 최고 수준으로, 평균 16파운드. 반면 불법 담배는 3~7파운드 선이다. 생활비 위기 속에서 시민 입장에서는 이를 유혹으로 느낄 수밖에 없다. 문제는 이러한 수요가 불법 수입, 인신매매, 불법 체류자 고용 등 국제 범죄망으로 연결된다는 데 있다. 일부 제품은 인체에 유해한 물질(석면, 인분 등)이 포함된 것으로 밝혀져 공공 보건 위협도 동반하고 있다.

4. 조직화된 범죄 생태계 – 글로벌 공급망의 그림자

조직 범죄는 더이상 밖에서 들어오는 게 아니라, 우리 거리 안에 스며들어 있다. 중국 푸젠 기반 삼합회조직, 동유럽 밀수조직, 난민 센터를 통한 불법 노동 착취 등 다층적인 범죄 구조가 형성되며, 거리 상점이 그 핵심 허브로 작동하고 있다. 도시는 소비 플랫폼이 아니라 범죄의 물류센터로 전락할 위기에 처해 있다. 특히 '가짜 대표'를 세운 유령 기업 등록 등 기업 감독 시스템의 허점을 악용하는 방식은 앞으로도 한국 포함 세계 주요 도시에서 유사한 문제가 반복될 가능성을 시사한다.

5. 안전과 공정의 균형 붕괴 – 정직한 상인이 패자 되는 사회

법을 지켜 운영하는 상점은 불법 유통 구조와 가격 경쟁이 되지 않아 경쟁력을 잃고 있다. 결과적으로 “규칙을 지키는 이가 손해 보는 구조”가 형성되면서 경제 시스템에 대한 회의감, 박탈감이 번지고 있다. 이는 단지 경제 문제를 넘어 사회통합의 교란 요인이기도 하다. 공공이 신뢰해야 할 거리가 불공정의 상징이 되어간다는 것, 그 자체가 공동체를 가장 빠르게 침식시킨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공통된 경고다.


이 보고서가 전하는 메시지는 단순히 ‘범죄 단속의 실패’가 아니다. 더 본질적인 질문을 던진다. ‘도시는 누구를 위한 공간인가?’, ‘우리가 신뢰할 수 있는 공공성은 어디에 존재하는가?’ 거리경제의 신뢰 회복 없이, 지역 재생도, 정치 회복도 가능하지 않다.

이 트렌드는 한국이나 글로벌 도시들에게도 분명한 시사점을 던진다. 소규모 상권에서의 편법 거래, 다문화 이주와 고용체계, 온라인 플랫폼을 통한 음성 거래 등 유사한 리스크는 이미 확산 중이다. 우리의 도시는 아직 안전한가?

앞으로 개인과 기업은 지역 커뮤니티와의 신뢰 구축, 윤리적 소비 확산, 그리고 밀착형 감시 시스템 도입과 같은 방식으로 이 문제에 선제 대응해야 한다. 중소 자영업자는 ‘정직이 살아남는 구조’가 만들어지도록 정책 개선 여론에 적극 참여할 필요가 있으며, 시민으로서 우리는 가격에 매몰되지 않고 공정한 시장 질서 유지에 책임 있는 선택을 실천해야 한다.

하이스트리트는 단순한 거리 그 이상이다. 그것은 시민의 일상, 지역사회 정체성, 그리고 국가의 공공 신뢰를 보여주는 가장 민감한 바로미터다. 지금 그것이 위험에 처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