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농업지대의 경고, 땅을 쉬게 하면 바람이 더 아프다 – 인위적 먼지폭풍이 말해주는 지속 가능한 농업의 필요성
우리가 매일 먹는 음식, 정말 안전할까요? 그리고 그 음식을 키우는 땅과 공기는 앞으로도 우리와 우리 아이들에게 건강을 제공할 수 있을까요? 최근 미국 캘리포니아 중앙 밸리에서 발생한 ‘인위적 먼지 폭풍’에 대한 과학적 조사가 이러한 질문에 대한 경각심을 높이고 있습니다. 이는 단지 먼지에 그치지 않습니다. 인간이 만든 이 먼지는 토양, 기후, 건강, 그리고 식량 시스템 전체를 위협하며, 우리가 어떻게 농사를 지어야 하는지에 대한 중대한 질문을 던지고 있습니다.
캘리포니아는 미국 내 과일과 채소의 3분의 1 이상을 공급하는 핵심 농업지대입니다. 그러나 매년 100만 에이커(약 4,000㎢) 이상의 농지가 작물 재배 없이 방치되는 일이 반복되며, 이로 인한 대규모 먼지 폭풍의 피해가 사람들의 건강과 지역 생태계에 심각한 영향을 주고 있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습니다. UC 머세드 대학의 연구는 농지 휴경(fallowing)이 단순한 물 관리의 문제가 아닌, 공기오염, 기후변화, 건강 불평등과 직결된 복합적 위기라는 점을 분명히 보여줍니다.
1. 방치된 농지, 인간 유발 먼지의 주범으로 부상
UC 머세드 교수진이 발표한 논문에 따르면, 캘리포니아의 중앙 밸리는 전체 휴경 농지의 77%를 차지하며, 인위적으로 발생하는 대형 먼지 폭풍의 88%와 연관돼 있습니다. 특히 내륙 지역인 커(Kern) 카운티, 프레스노(Fresno), 킹스(Kings) 카운티에서는 밀, 옥수수, 면화 등의 작물을 기후나 경제, 물 부족 등의 이유로 휴경시키면서 노출된 토양에서 강풍이 먼지를 심하게 일으키고 있습니다. 문제는 이 먼지 속에 살충제 잔류물, 병원성 곰팡이(예: 계곡열병 원인균) 등 인체에 해로운 요소가 포함돼 있다는 것입니다.
2. 건강과 생명까지 위협하는 '먼지의 독성과 위험성'
이 먼지가 호흡기 질환(COPD, 천식), 심혈관 질환, 심지어는 치매와 여성의 생리 주기 변화까지 초래한다는 연구 결과도 나왔습니다. 국립환경보건과학원(NIEHS)에 따르면, 미세먼지(PM10, PM2.5)의 장기 노출은 정서 장애와 조산율 증가 같은 사회 건강 문제까지 유발합니다. 특히 어린이, 노인, 기저질환자 등 사회적 약자에게 그 피해는 더 큽니다. 더 나아가 먼지가 야기한 가시거리 감소로 다수의 교통사고 및 사망 사고도 발생하고 있어 문제는 더 복합적입니다.
3. 먼지는 농작물도 갉아먹고 있다
먼지만의 문제는 사람에게만 국한되지 않습니다. 농작물도 피해를 입고 있습니다. 먼지 입자가 작물 표면을 긁고 토양 비옥도를 떨어뜨리며, 복구에는 수년이 걸릴 수 있습니다. 미국 농무부(USDA) 보고서에 따르면, 반복된 먼지 침착은 작물 수확량을 평균 5~20%까지 감소시키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는 식량 안보와 직결된 매우 우려스러운 수치입니다.
4. 정책의 그림자, 지하수 보호법의 새로운 과제
문제의 이면에는 지하수 지속관리법(SGMA)의 시행이 있습니다. 물 부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휴경을 권장하지만, 이에 따른 부작용으로 ‘먼지화’된 농지가 확대되고 있다는 분석입니다. 정책 목적은 옳지만, 이로 인한 사회적·생태적 비용은 제대로 통제되지 못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이러한 딜레마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토양 보호를 위한 적절한 대체 농법의 도입, 예를 들어 피복 작물 활용 및 식생 커버 유지 등의 대안이 필요한 시점입니다.
5. 무엇을 바꿔야 하는가 – 현장에서 가능한 지속 가능한 해법들
이번 연구의 핵심 메시지는 분명합니다. 산업적 농업 방식이 초래하는 환경적 비용을 줄이기 위해서는, 지속 가능한 농업 시스템으로의 전환이 필요하다는 것입니다. 유기농, 자연농, 보전농업(Conservation Agriculture)과 같은 친환경 농법들은 토양 침식을 최소화하며, 길게 보았을 때 농가의 생산성과 지역 사회의 건강 모두를 지킬 수 있는 대안입니다.
FAO는 전 세계 경작지의 약 24%가 이미 심각한 토양 열화 상태에 있으며, 이는 기후변화 속도보다 빠르게 진행 중이라고 경고합니다. 캘리포니아의 사례는 전혀 먼 타국의 이야기가 아닙니다. 한국도 이상기후에 따른 물 부족과 농지 관리 문제가 점점 심화되고 있으며, 농업과 환경 사이의 균형 있는 접근이 필요한 시점입니다.
지금 우리는 선택의 기로에 서 있습니다. 단기적인 경제성과 생산량만을 좇을 것이 아니라, 장기적 관점에서 우리의 ‘밥상 주권’과 생태적 회복력을 지켜야 할 때입니다.
안전하고 건강한 밥상을 위해 오늘 당장 실천할 수 있는 일들이 있습니다. 지역 농산물(로컬푸드) 구매, 제철 작물 소비, 유기농 인증 제품 선택, 농민 생태운동 후원, 지속 가능한 농업을 위한 입법 활동에 대한 시민적 관심과 지지도 그 일환입니다. 관심은 행동으로, 행동은 지속 가능성으로 이어집니다. 미래 세대에게 건강한 공기와 토양을 남기기 위해, 우리 모두의 선택이 중요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