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의 품격을 설계하는 기술 – 황정민 아나운서의 『내 뜻대로 말한다는 것』이 선사하는 언어의 인문학
우리는 매일 수많은 말을 주고받으며 살아갑니다. 그러나 같은 말도 어떻게, 어떤 태도로 전하느냐에 따라 전혀 다른 결과를 낳곤 하지요. KBS 간판 아나운서로 30여 년간 대중과 만나 온 황정민이 신간 『내 뜻대로 말한다는 것』을 통해 던지는 질문은 바로 이 지점에서 시작됩니다. “당신은 과연 자신의 뜻대로, 말하고 있는가?”
황정민의 이 책은 단순한 말하기 기술서가 아닙니다. 말이라는 매개를 통해 더 깊이 있는 관계를 설계하고, 자기 존중을 지키며, 궁극적으로는 품격 있는 삶의 태도를 모색하는 인문학적 성찰서로 읽힙니다. 방송 현장의 치열한 실전 경험 위에 쌓인 그녀의 언어 철학, 그 정수를 네 가지 키워드로 정리해봅니다.
1. ‘침묵’ 속에서 완성되는 언어의 기품 – 호흡과 여백의 미학
황정민은 말의 핵심이 ‘말하지 않는 순간’에 있다고 강조합니다. 잘 멈추고, 호흡할 줄 알 때, 비로소 말은 무게를 얻으며 상대에게 배려를 전하는 도구가 됩니다. 방송 진행자의 멈춤, 쉼표 하나에 담긴 리듬은 긴장과 이완을 조율하는 예술적 행위이며, 이는 일상 대화에서도 그대로 적용됩니다. 급할수록 침묵을 다스릴 줄 아는 태도, 이것이 말의 진심을 실어 나르는 첫 걸음입니다.
2. 관계를 따뜻하게 데우는 기술 – 듣기의 온도감
책의 두 번째 장은 ‘경청’에 관해 할애합니다. ‘잘 듣는 사람은 누구보다 말의 복잡한 층위를 이해하는 사람’이라는 저자의 말처럼, 듣기는 대화라는 춤의 주체이기도 합니다. 황정민은 “말은 빛나지 않아도 된다. 반짝이는 건 언제나 상대의 마음이다”라고 말합니다. 귀 기울임은 상대의 존재를 삶의 주인공으로 존중하는 실제 언어 행위이며, 이 시대의 지친 인간관계에 놓인 따뜻한 다리입니다.
3. ‘아니요’라고 말할 줄 아는 용기 – 자기존중의 말하기
타인의 기대에 맞춰 계속 ‘예’라고 말하다보면 자신을 잃어버리는 순간이 옵니다. 황정민은 거절을 하나의 기술, 더 나아가 존엄한 자기 보호의 언어로 소개합니다. 단호하면서도 유연하게, 부드럽지만 명확하게 의사를 드러낼 수 있는 말의 윤기는 결국 자신에 대한 신뢰에서 기인하며, 이는 꾸준한 말하기 훈련과 인식의 전환을 통해 가능하다고 조언합니다.
4. 말은 사람이 된다 – 실천력을 이끄는 말의 사용법
말은 단순한 정보의 교환이 아니라, 행동을 촉진하는 에너지입니다. 『내 뜻대로 말한다는 것』은 ‘말의 실천성’에 주목하며, 말을 통해 삶의 방향을 정렬하고 개인의 성장을 이끌어내는 구체적인 실천 사례들을 풀어냅니다. 특히 각 장 말미에 수록된 ‘똑똑하게 talk talk’ 부록은 즉시 일상에 적용 가능한 대화 팁으로 가득 차 있어 실용성과 심미성을 동시에 충족시킵니다.
황정민 아나운서는 이 책을 통해 우리가 일상 속에서 무심히 사용하는 언어가 얼마나 강력한 무기가 될 수 있는지, 혹은 얼마나 깊은 관계를 만들어낼 수 있는 감각적인 도구가 될 수 있는지를 보여줍니다. 『내 뜻대로 말한다는 것』은 의미 없는 잡음이 넘치는 시대에, 말의 존엄성과 인간적 통찰을 되살리는 문화적 텍스트로 자리매김할 것입니다.
지금 당신의 말은, 과연 당신을 닮아 있나요?
문화생활 팁:
- 책을 읽으며 마음에 남는 문장을 필사하거나, 타인과의 대화를 녹음해 스스로의 말버릇과 태도를 점검해보세요.
- 황정민의 인기 라디오 방송 클립을 함께 들어보면 그녀의 '언어 리듬'을 직접 체감하는 감상법도 추천합니다.
- 말하기에 대한 더 깊은 관심이 있다면 김창옥의 『당신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와 비교해 읽으며 표현의 뉘앙스를 분석해보는 것도 좋습니다.
자, 이제 ‘내 뜻대로’ 말하는 연습을 이 책과 함께 시작해보는 건 어떨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