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 시대, 농약에 잠식당한 밥상 – 지속 가능한 농업이 생존을 결정짓는다]
우리가 매일 먹는 쌀 한 공기, 채소 한 조각, 과일 한 입. 이 먹거리가 환경과 건강을 위협할 수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가? 기후위기와 생물다양성 붕괴가 현실로 다가온 지금, 농업 분야의 환경오염과 독성 물질 문제는 더 이상 농촌 지역만의 문제가 아니다. 특히 농약 중에서도 고독성 농약의 사용 증가와 그로 인한 토양·수질 오염, 농민과 소비자 건강 피해는 우리 전체 식량 시스템의 지속 가능성을 위협하고 있다.
유엔식량농업기구(FAO)는 “전 세계 경작지 1/3 이상이 심각한 토양 황폐 상태에 있다”고 경고한다. 한국도 예외가 아니다. 환경부 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에서 사용되는 농약 성분 수는 900종이 넘고, 그중 일부는 관행농업에서 여전히 광범위하게 사용 중인 고독성 물질들이다.
고독성 농약, 식탁에서 우리의 생명을 위협하다
최근 한 방송사의 보도에 따르면, 중국산 고추, 베트남산 고수 등 수입 농산물에서도 기준치를 초과하는 잔류 농약이 다수 검출되었다. 하지만 문제는 국내산 농산물이라 해서 안심할 수 없다는 점이다. 농약 허용기준 강화를 골자로 한 ‘농약허용물질목록관리제도(PLS)’가 도입된 지 5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일부 농민들은 안전성보다 생산성을 우선시하는 관행에 의존하고 있다. 특히 기후변화로 인한 병해충 증가가 농약 의존도를 더욱 심화시키고 있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KREI)의 2023년 보고서에 따르면, 최근 10년간 국내 농약 사용량 중 상당수가 ‘WHO 고독성 농약분류’ 기준에 해당되며, 이로 인한 농민의 급성 중독 및 장기 노출 피해 사례가 지속적으로 보고되고 있다. 농약에 지속적으로 노출된 농민의 경우 일반인보다 파킨슨병 발병 확률이 최대 2.5배 높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환경 생태계까지 무너뜨리는 숨겨진 위협
농약 성분은 토양으로 스며들고, 빗물을 따라 하천으로 흘러들며 수질 오염과 생물 다양성 저하를 야기한다. 특히 수서 생물 및 곤충, 조류의 생존을 위협하는 네오니코티노이드계 농약은 꿀벌 집단 붕괴 현상의 주요 원인 중 하나로 지적된다.
**국제환경단체 PAN(국제농약행동네트워크)**는 “농약의 0.1%만이 해충에 전달되고, 나머지 99.9%는 토양·물·공기·생물로 퍼진다”고 분석하며, 이는 생태계 차원의 균형 붕괴를 초래한다고 경고한다. 인간이 통제할 수 없는 범위로 확산된 환경 독소는 결국 우리 모두에게 되돌아온다.
해결책은 존재한다 – 친환경 농업으로의 전환
농약 없는 유기농업, 정밀농업, 자연 순환 농법 등 지속 가능한 대안은 이미 입증된 방식이다. 예를 들어, 경남 하동의 차 농가는 10년 이상 무농약 유기농법을 고수하면서도 안정적인 수확량과 품질을 유지해 일본·독일 등지에 수출하는 데 성공했다. 문제는 확산이다. 정부와 지자체의 적극적인 지원 정책이 없다면, 수익성 압박을 받는 소농들은 지속 가능한 방식을 시도할 여유도 없다.
세계은행은 2022년 보고서에서 “지속 가능한 농업이야말로 기후 대응, 생계 안정, 식량 안보의 세 축을 동시에 해결할 수 있는 유일한 해법”이라고 제안한 바 있다.
소비자의 선택이 만든 변화, 지금이 행동할 때
문제 해결의 열쇠는 우리 손에도 있다. 외국산 값싼 농산물만 추구하거나, 과도하게 완벽한 외형을 선호하는 소비 행태는 농약 사용을 부추긴다. 반대로 친환경 인증 농산물, 지역 내 생산된 제철 먹거리를 적극 소비하고, 농약 규제 강화 및 지속 가능한 농업 정책을 지지하는 시민의 목소리를 모은다면 변화는 현실이 된다.
이제 질문을 던져야 한다. 우리가 매일 먹는 음식, 정말 안전할까? 미래 세대에게 건강한 토양과 깨끗한 물을 물려줄 수 있을까?
지금 시작할 수 있는 행동으로는 △친환경·유기농 인증 제품 구매, △로컬푸드 직거래 장터 이용, △‘고독성 농약 퇴출’ 청원이나 캠페인 참여, △관련 다큐멘터리 시청(예: <씨앗: 미래를 위한 선택>, <누가 우리의 밥상을 지배하는가>) 등이 있다. 안전하고 지속 가능한 밥상을 지키는 일, 이제는 선택이 아니라 생존의 문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