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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약에 병든 밥상, 해법은?

농약에 병든 밥상, 해법은?

[농약 범벅에서 밥짓기, 계속할 수 있을까? – 실태로 본 우리 식탁의 위기와 친환경 농업의 가능성]

우리가 매일 먹는 밥 한 공기. 이 평범한 식사가 사실은 다량의 잔류농약과 환경 파괴의 결과물이라면, 그 진실을 직시하고도 여전히 외면할 수 있을까? 최근 국내산 쌀에서 기준치를 초과한 잔류농약 성분이 줄줄이 검출되며, 우리의 식량 시스템이 지속 가능성과 안전이라는 두 축에서 심각한 위기에 처해 있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식량 자급률이 떨어지고, 기후위기로 인한 생산 기반이 붕괴되는 가운데, 환경에 해를 끼치는 관행농업이 여전히 지배적인 현실. 이대로라면 안전한 먹거리뿐 아니라 미래 세대의 생존 기반조차 위협받을 수 있다.

쌀, 밥상의 근간 위에 펼쳐진 농약 문제

지난 4월, 국립농산물품질관리원이 실시한 전국 유통 농산물의 잔류농약 실태 조사에 따르면, 국내산 쌀에서도 세종과 경기 지역을 중심으로 허용 기준치를 훨씬 초과한 농약 성분이 검출됐다. 특히 세종 지역의 한 쌀에서는 기허용 농약 디치오퓨메트론이 기준치의 두 배 이상인 0.04㎎/㎏ 검출됐으며, 경기도의 한 시에서는 페노뷰카브가 검출 기준치의 2.8배에 이르렀다. 그 외에도 다수 농약 성분이 동시에 검출돼 다중 농약 노출 우려까지 낳고 있다. 이는 단일 농약 기준만으로는 음식의 안전성을 담보하기 어렵다는 점을 시사한다. 농촌진흥청 관계자조차 “농약 혼용 시 상호작용으로 독성이 높아질 수 있다”고 인정하고 있다.

농약 사용량 세계 3위, 농업인가 독인가

대한민국은 OECD 국가 중 농약 사용량이 3번째로 많은 나라다. ‘안전한 먹거리’를 표방하며 각종 제도와 검사를 진행 중이지만, 현장에선 관행농업에 의존하며 여전히 화학농약 사용이 빈번하다. 이는 단지 인체 건강의 문제를 넘어서, 토양 생태계 파괴, 수질오염, 생물 다양성 축소 등 총체적인 환경 위기로 직결된다. 특히 농약에 의한 수서 생태계 교란은 이미 여러 연구에서 지적되어 왔으며, 장기적으로는 토양의 비옥도 저하와 작물 수확량 감소로 이어진다. 환경부 자료에 따르면, 농약 성분의 일부는 분해되지 않고 하천을 통해 해양까지 유입되어 생물학적 축적 문제를 일으킨다.

기후위기 시대, 지속가능한 농법을 위한 전환 필요

FAO(국제식량농업기구)는 기후위기 시대에 지속 가능한 식량 시스템으로의 전환을 촉구하고 있다. 특히 유기농, 자연순환농법, 정밀농업 등은 탄소 배출 감축과 생태계 보호 효과가 입증된 방식이다. 한국 내에서도 성공적인 사례들이 존재한다. 전라남도의 한 유기농 벼농가가 10년 이상 농약과 화학비료 없이 농사를 지으며 지역 생태계를 복원했고, 인근 용수의 미생물 다양성도 회복됐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또한 친환경 농산물 소비 확대는 농가의 지속 가능성을 높이고, 식량 주권 확보에도 기여한다. 한국의 식량 자급률이 45.8%(2022년 기준)로 떨어진 지금, 보다 자립적인 먹거리 체계 구축은 선택이 아닌 필수이다.

제도는 이미 존재한다, 관건은 실행과 참여

국가는 '친환경농산물 인증제', '농약안전사용기준', 'GAP 인증' 등의 제도를 운영하고 있지만, 실질적으로 현장의 밀도 높은 이행을 담보하는 장치는 여전히 부족하다. 농민단체들은 보다 강력한 지원과 기술 보급, 가격 안정 정책이 병행되어야 한다고 목소리를 내고 있다. 소비자의 역할도 중요하다. 합리적인 소비는 생산 방식을 바꾸는 가장 강력한 힘이 되기 때문이다. 일본처럼 농민-소비자 직거래 시스템을 확대하고, 소비자 협동조합 모델을 강화한다면 투명하고 지속 가능한 유통 구조도 가능하다.

지금, 내 식탁을 바꾸면 미래가 달라진다

매일 먹는 밥이 우리의 건강과 환경을 병들게 하고 있다면, 더 이상 이를 지속해서는 안 된다. 지금 이 순간부터 우리는 몇 가지 실천을 시작할 수 있다. 지역 로컬푸드를 구매하고, 친환경 인증 농산물을 찾으며, 음식물 쓰레기를 줄이고, 정기적으로 민간의 식품 안전 점검 결과를 확인하는 일. 또한 소비자로서 정책적 변화에 목소리를 내고, 지속 가능한 농업을 실천하는 농민들과 연대하는 시민단체 활동에 동참하는 것도 가능하다.

지속 가능한 먹거리 시스템은 더 이상 이론이 아니다. 그것은 우리의 의지와 실천 앞에서 만들어지고 지켜지는 현실이다. 지금, 내 식탁에서 시작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