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의 참배’로 읽는 범죄의 인간학 – 미야베 미유키의 미스터리 신작이 전하는 오늘의 은유
일본 추리문학 대가 미야베 미유키가 돌아왔다. 그동안 ‘이유’, ‘모방범’, ‘속삭임의 거리’ 등 수많은 작품을 통해 장르문학의 깊이와 대중성을 동시에 입증해온 그녀가, 이번엔 미스터리와 사회현상이 교차하는 소설 『고양이의 참배』로 독자와 마주한다. 이 작품은 단순한 범죄소설이 아니다. ‘송장당’이라는 일종의 하류 범죄 집단을 중심으로, 현대인의 고립, 유혹, 선택의 구도를 그려내는 사회학적 우화라 할 수 있다. 예스24 전용 콘텐츠 플랫폼 ‘예스24 오리지널’을 통해 10월 20일부터 매주 월요일 네 차례에 걸쳐 기획 연재된 이 소설은, 11월 17일부터 크레마클럽 eBook 단행본으로도 발간된다.
과연 이 작품이 지금 우리에게 던지는 메시지는 무엇일까? 왜 우리는 여전히 미야베 미유키의 스토리에 빠져드는가? 지금, 그 깊은 층위들을 함께 살펴보자.
1. '송장당'이라는 악몽 – 도적 무리를 통해 본 사회 불안의 은유
『고양이의 참배』의 중심 축은 귀안법사라는 사이비 인물과 그가 키워낸 범죄 조직 ‘송장당’. 뻔한 사기 수법, 불법과 욕망이 얽힌 암흑의 세계는 단순한 범죄활극이 아니다. SNS를 통해 쉽게 모이고 사라지는 젊은 범죄집단들과의 연결점은 탁월한 현대적 각색이다. 이는 “현대 사회에서 신뢰는 얼마나 쉽게 깨어지고, 범죄는 어떻게 일상 속으로 파고드는가”라는 질문을 던진다.
미야베 미유키는 이 작품이 “가볍지 않은 묵직한 현실에 대한 시선”이라고 강조했으며, 이는 단순한 소설적 상상력을 넘어선 사회적 경계에 위치한 인간 군상의 철학적 탐구로 읽힌다.
2. 사술과 미혹의 미학 – 장르적 긴장과 인문적 깊이를 오가는 내러티브 기법
전통적인 필력에 기반한 미야베식 서사는 여전히 유효하다. 사술, 도박, 사기 등 일본 에도기의 민속적 요소를 절묘하게 현대 범죄 유희로 전환시키며, 독자를 몰입의 소용돌이로 끌어들인다. 특히 회차별 연재라는 형식은 점차 드러나는 인물의 심리와 비밀들을 효과적으로 살아나게 한다.
이 과정에서 ‘고양이의 참배’라는 작품명이 던지는 상징은 잊지 말아야 할 감상 포인트다. 고양이는 일본에서 경계와 예감, 이계(異界)의 존재로 종종 묘사된다. 독자는 이 작품에서 “누구를 믿을 수 있으며, 진실이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필연적으로 마주하게 된다.
3. 독점 연재 + 현지 문화 – 콘텐츠 플랫폼과 물질적 상징의 전략
‘예스24 오리지널’을 통해 독점 연재되는 이 작품은 디지털과 종이책의 경계를 허물고 있다. 특히 일본 전통 수건 ‘테구누이’를 작가의 친필 사인과 함께 증정하는 이벤트는 콘텐츠 이상의 ‘문화적 오브제’로서 소설을 재구성하는 마케팅이다. 테구누이는 미야베의 대표작 ‘미시마야 시리즈’를 모티프로 한 고유 패턴으로 제작되어, 소설의 감상을 물리적 기억으로도 남기는 흥미로운 연결고리를 제공한다.
이러한 문화-상업적 연계성은 단지 프로모션을 넘어서, 독자에게 더 깊은 감상 경험을 제안하는 현대 출판문화의 새로운 실험이라 볼 수 있다.
4. 미야베 미유키라는 '장르 실험가'의 귀환
이미 일본을 넘어 국내에서도 ‘미미여사’라는 애칭으로 불릴 만큼 각광받아온 미야베 미유키. 그녀의 작품은 단일 장르에 머무르지 않고 사회, 심리, 역사, 미스터리 사이를 횡단해왔다. 『고양이의 참배』 또한 그 연장선상에서, 단숨에 읽히지만 뒷맛이 묵직한 작품이다.
국내 평론가 김응철은 그녀의 작품에 대해 “엔터테인먼트가 복잡한 인간 군상의 프로파일링을 완성하는 방식”이라 평한 바 있는데, 이번 작품 역시 그 특유의 병치적 서술과 인간 내면의 어둠에 대한 집요한 탐구가 빛난다.
미야베 미유키의 작품을 다양한 각도에서 음미하고자 한다면, 지금 바로 ‘예스24 오리지널’ 플랫폼에서 『고양이의 참배』 연재본을 읽고, 이후 eBook 단행본까지 경험해보는 것을 추천한다. 독후에는 다른 미야베 작품들, 특히 ‘모방범’이나 ‘솔로몬의 위증’과 비교해보며 작가가 시대에 따라 해석하는 ‘악’의 형태를 추적해보는 것도 의미 있는 작업이 될 것이다.
어쩌면 이 작품은 단지 흥미로운 소설이 아니다. 우리 안의 도적 무리, 내면의 유혹자에 대한 이야기일 수 있다. 오늘, 당신은 어떤 참배 앞에 서 있는가?